<국가정보원은 13일 북한 현영철(왼쪽) 인민무력부장이 불경죄로 총살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25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주재로 열린 인민군훈련일꾼대회에서 현영철 부장이 눈을 감고 조는 듯 앉아 있는 데 반해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꼿꼿한 자세로 정면을 응시한 채 앉아있는 모습이 대조적이다. (노동신문) 2015.5.13/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北 현영철 숙청 부인안해…암묵적 시인 관측
공식 매체 기록에서 여전히 등장 "조금 더 기대려봐야" 신중론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숙청됐다는 국가정보원의 첩보가 알려진 지 17일로 닷새가 지났지만, 실제 숙청 여부를 둔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여전히 북한 매체에 숙청됐다던 인물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북한이 현영철 숙청과 관련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해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16일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편집국 성명에서 최근 남측 언론이 현영철 숙청을 두고, 김정은 정권이 공포정치를 펴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낸 것과 관련 "우리의 최고 존엄을 훼손하는 악담질을 계속한다면 멸적의 불소나기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다만 이 매체는 현영철 숙청 여부에 대해선 이렇다 저렇다 라고 언급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 침묵한 것이지만, 부인하지 않은 정황으로 봤을 때 북한이 사실상 현영철 숙청 사실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정부 소식통은 "사실이 아니라면, 지금쯤 어떤 식으로든 현영철 생존 사실을 알리며 남측을 망신줬을 것"이라며 "북한의 이날 반응만 놓고 봤을 때는 숙청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 매체에서 여전히 현영철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점은 조심스럽다.
북한 노동신문 웹사이트에는 여전히 지난 4월 현영철이 제5차 일꾼대회에 참석하고,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하는 등 그의 행적을 담은 기사들이 검색되고 있다.
심지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함께 있는 사진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북한에서 고위인사가 숙청됐을 경우 통상 그와 관련한 기록들이 매체에서 사라져왔다. 2013년 12월 김 제1비서의 고모부인 장성택 역시 북한의 처형 발표가 있자, 얼마되지 않아 북한 공식매체에서 그의 기록이 삭제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소장은 "현영철은 5월5일부터 14일까지 거의 매일 북한TV에 등장했다"며 "현영철이 (국정원 발표대로) 김정은 권력을 무시해서 처형당했다면 그런 그의 생시의 모습을 TV로 보여주는 것 자체가 김정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의도적으로 남측에 혼란을 주려는 목적이 있는 등 다른 이유로 때문에 의도적으로 현영철의 기록을 미삭제했을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가 어쨌든 김 지1비서에 의해 숙청됐다면, 북한도 늦더라도 이에 대한 사실 여부는 직간접적으로 밝힐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비서의 군부대 시찰에 현영철의 공백이 지속되거나 대형 정치행사에서 현영철이 아닌 다른 이름의 인민무력부장이 호명될 지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