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등 "약물 리스트에 문제 약물 포함 안 돼 있었다"
"병원 가지 말라 했지만 갔다…주사 맞은 사실도 안 알려"
수영선수 박태환(26)에게 도핑금지약물이 포함된 '네비도'(NEBIDO)를 주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T병원 원장 김모씨에 대한 재판에서 박태환 측이 '금지약물 포함 여부'를 알고 있었는지를 둘러싸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법원은 이날 불출석사유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은 박태환을 다음달 14일 증인으로 재소환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강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4일 진행된 김 원장에 대한 두번째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박태환의 매니저와 의무트레이너는 "매니저로부터 받은 처방전에 금지약물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박태환 본인이 매니저와 의무트레이너에게 주사를 맞았다고 얘기하거나 T병원을 여러 차례 방문한 사실을 알린 적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도핑약물 투여 당시 매니저로 근무했던 손모씨는 이날 법정에서 "당시 김 원장이 처방한 약물리스트를 확인했는데 비타민이었고 도핑성분은 없었다"며 "의무트레이너에게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보내거나 전화를 통해 교차확인을 부탁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건네받은 약물리스트에는 문제가 된 네비도나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박태환의 의무트레이너로 근무하고 있는 또다른 손모씨는 "손씨가 약물의 이름을 알려주면서 금지약물 여부를 확인한 사실이 있느냐"는 강 부장판사의 질문에 "저에게 물어본 적은 없다"고 정반대의 진술을 내놨다.
또 박태환이 매니저나 의무트레이너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서 주사를 맞으러 갔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매니저 손씨는 "T병원이 경제력이 있는 분들이 찾는 병원인데 이미지를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왔다갔다 하는 게 눈에 띄니 가지 말라고 했다"며 "그 다음부터는 나에게 얘기를 하지 않고 병원을 찾아갔기 때문에 병원에 몇번 갔는지는 언론을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또 "주사를 맞는다는 얘기를 하기에 도핑문제가 되니 주사를 맞는 것은 안 된다고 얘기를 한 적이 있다"며 "그 후 주사를 맞았다는 얘기 자체를 들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의무트레이너 손씨도 역시 "당시 박태환이 저희 모르게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박태환이 클리닉을 다니면서 주사를 맞는다는 것도 몰랐다"고 같은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밖에 매니저 손씨는 "박태환이 (혈액검사) 결과지를 받고 남성호르몬 수치가 상당히 낮은 수치라서 근육이 잘 생성되지 않는다는 설명도 들었는데 이 얘기를 박태환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느냐"는 김씨 측 변호인의 질문에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에서는 박태환이 검찰에서 "스테로이드가 금지약물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이라는 걸 몰랐다"고 진술한 내용도 공개됐다.
이에 대해 매니저 손씨는 "기본적으로 운동선수라면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면서도 "박태환의 진술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박태환의 매니저와 의무트레이너가 박태환이 주사를 맞았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진술하면서 박태환을 직접 법정에 불러 도핑약물인 것을 알고 맞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피해졌다.
강 부장판사는 다음달 14일 오후 4시30분 재판에 박태환을 다시 한번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결정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