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봉천동 일대 아파트단지 모습. © News1>
관악구, 전월세거래 중 지난달 월세 비율 45%…1월比 18%p↑
1~2인 가구·중소형 주택형 많아 반전세·월세 전환 거부감↓
월세 감당 못하는 계층은 다세대·다가구나 신림동으로 이사
"전셋집 구하신다고요? 84㎡ 주택형이나 59㎡ 주택형은 꿈도 못 꿉니다. 집주인들이 대부분 월세로 돌아섰어요.(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 아파트 인근 B공인중개업소 대표)
전셋집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전세시대의 종언'이라는 말이 나온다. 서울의 월세거래 비율도 점차 오르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은 월세거래 비율이 50%를 넘어서는 등 전세시대의 종언이 현실화되고 있다.
11일 서울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봉천동의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189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월세거래는 99건으로 월세거래 비율이 52.4%에 달한다. 같은 달 관악구 월세거래 비율 45% 보다 7.4%p나 많다. 서울 평균(32.8%)와 비교하면 20%p 가량 높은 수준이다. 전세난이 만성화됐다지만 봉천동에서는 그야말로 씨가 마른 수준이다.
봉천동 K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 주인들이 대부분 월세로 전환했다"며 "통계 자료에 잡히는 전세 계약은 대부분 기존 세입자들과 계약을 연장한 경우일 것"이라고 말했다.
월세 매물이 많다보니 집주인들이 부르는 호가도 일정하다. 관악푸르지오 아파트 59㎡ 주택형은 보증금 3000만원·월세 10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고 84㎡ 주택형은 보증금 7000만원·월세 120만원 선이다.
J공인중개업소 대표도 "기준금리가 내려간 이후 월세 물건이 크게 늘었다"며 "시중은행 금리가 2%도 안 돼 전셋값 2억8000만원을 넣어봐야 이자가 1년에 300만~400만원 수준인데 어떤 집주인이 전세를 내놓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봉천동의 월세거래 비율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기준으로 급등했다. 올 1월만 해도 28.6%로 서울 평균(27.8%) 수준이었으나 3월 들어 37.7%로 급등하더니 4월에는 41.1%를 기록했다.
관악구 전체의 월세거래 비율도 봉천동과 비슷하게 오르고 있다. 관악구의 월세거래 비율은 올 1월 27.1%였는데 3월 37.7%로 올랐고 지난달에는 45%로 훌쩍 뛰었다. 관악구의 하위 법정동은 신림동·봉천동·남현동 뿐이다. 아파트 거래의 대다수가 신림동과 봉천동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법정동 하나가 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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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9/뉴스1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유독 봉천동에서 월세거래 비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현지 공인중개업소 대표들은 △1~2인 가구 비율이 높고 △업무단지와 가까운 주택을 선호하는 수요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중소형 주택형의 경우 중대형과 달리 월세 전환에 대한 거부감도 크지 않다고 한다.
J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강남권으로 출퇴근하는 신혼부부 수요가 적지 않다"며 "맞벌이인 이들은 전셋집을 찾다 지쳐 월세 입주를 택한다"고 귀띔했다.
M공인중개업소 대표도 "신림동에 비해 봉천동은 지하철과 가까워 수요가 항상 많다"며 "집주인들이 월세로 돌려 매물을 내놔도 꾸준히 거래가 이뤄지는 이유"라고 전했다.
김모(35·여)씨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는 게 금전적으로는 유리하지만 마땅한 매물이 없으니 어쩔 수가 없다"며 "월세로 들어가면 매달 들어가는 돈이 많으니 생활비를 좀 아끼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현지 공인중개업소 대표들은 내다봤다. 봉천동 우성아파트 인근 W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달 들어서도 월세 거래만 1건 중개했을 뿐 전세거래는 없었다"며 "나와있는 매물들을 보면 계속해서 월세 거래가 강세일 것 같다"고 귀띔했다. 봉천동은 이달에도 아파트 전·월세 거래 58건 중 31건(53.4%)이 월세로 체결됐다.
봉천동아파트 임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면서 비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은 다세대·연립주택으로 이주하거나 인근 신림동으로 이사간다고 한다.
신림동 U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봉천동에서 신림동으로 이사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며 "거주 환경은 봉천동이 더 낫지만 가격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모(45·여)씨는 "가급적 봉천동에 집을 구하려고 했는데 전셋집은 없고 월셋집은 매달 내는 돈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며 "아이 학교 문제도 있고 멀리 이사갈 수는 없으니 그나마 저렴한 신림동으로 이사하려고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