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2015.6.2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건전한 당청 관계를 위한 버티기냐 현실을 받아들이는 사퇴 수용이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를 두고 열린 29일 새누리당 긴급 최고위원회의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청와대발 '유승민 사퇴' 논란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거취 장고에 들어간 유 원내대표가 어느 때, 어떤 결론을 낼지가 정가의 최대 화두가 됐다.
이날 유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들의 입장을 모두 듣고난 뒤 "잘 경청했다. (거취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유 원내대표 앞에 놓은 선택지는 사퇴와 저항 두가지 밖에 없다. 사퇴라는 경우 수를 상정할 경우 최대한 명예로운 퇴진의 방식을 어떻게 도모할 것이냐는 미시적인 선택도 남아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어떤 수순으로 결론에 낼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내 절차를 통한 사퇴 저항 시나리오
다만 그의 이전 행적으로 향후 장고 이후 상황을 예측해볼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유 원내대표가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유 원내대표 주변에는 이를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간 유 원내대표는 '민주적 절차'를 통한 다양한 의견 수렴을 당의 의사 결정 구조로 굳혀왔다. 형식적인 의원총회로 상명하복하는 '청와대 출장소'라는 비판과는 거리를 두려 했다.
2월 원내대표 취임 직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을 때 유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로 당내 의견을 듣겠다"며 청와대가 극렬 반대한 사드 문제를 공론화했다.
이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처리를 두고선 '끝장토론'의 형식을 빌어 정책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일요일(3월1일)이었음에도 114명 의원이 참석했고 30여명이 공개발언에 나섰다.
'당 중심, 국회 중심의 정치'를 원내대표 경선 슬로건으로 밝힌 유 원내대표가 당선 이후부터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원내전략을 수립해 왔기 때문에 이번 거취 결정도 같은 절차를 거칠 것이란게 관측이 많다.
유 원내대표의 '신보수' 노선을 지지하는 당내 쇄신 소장파, 일부 재선과 중진 의원들이 여론 향배를 지켜본 뒤 친박계에 대응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일부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개인의 책임화'가 당청 불통과 계파 갈등을 완전히 불식시키는 대안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게다가 비박계 일각에선 친박계 최고위원 사퇴로 인한 당 지도부 붕괴, 박 대통령 탈당에 따른 분당 문제 등 제기되는 각종 시나리오에 대응 플랜을 세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들이 침묵하는 중립지대에 대한 설득에 나설 것이란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럴 경우 유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박 세력과 친박계간의 극단적인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여권 초유의 일로 누구도 향후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여권의 생리를 잘 아는 유 원내대표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원조친박 다운(?) 사퇴, 그리고 명예로운 퇴진
유 원내대표는 사퇴를 요구하는 최고위원들을 향해 "사퇴할 수 없다"고 바로 반발하지 않고 "고민해보겠다"고만 했다.
이를 근거로 관측통들은 유 원대대표로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극단적인 대치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 2년반 이상이 남은 점, 그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하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해온 점 등을 근거로 그가 박대통령에 대한 저항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특히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한 8명 중 5명의 최고위원들이 사퇴 쪽에 섰다는 점도 유 원내대표에겐 부담이다.
친박계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은 물론 중립지대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도 사퇴쪽에 섰다. 여기에 김무성 대표는 "대표로서 당의 파국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며 사실상 사퇴 불가피론을 개진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김을동 최고위원만이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고, 원내대표 경선을 러닝메이트로 함께 치른 원유철 정책위의장만이 우군이 되어 주었다.
의원총회를 열 경우 다른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최고위원회 전체 구도가 원내대표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특히 원내대표직이 정부의 총리 및 각부 장관과 긴밀히 조율하면서 정부 정책을 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자리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운 유 원내대표로서는 직을 수행하기 쉽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당정 매커니즘을 잘 아는 유 원내대표로서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럴 경우 가장 모양새 좋은 퇴진을 선택할 수 있다.
이날 유 원내대표가 "고민해보겠다"고 말하고 일부 최고위원들이 "생각할 시간을 주자"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