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쪼들리는 살림에 지출 많은 5월은 버겁기만
"아이·아내에게 미안하고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
"양가 부모님께는 죄송스럽지만, 올해 어버이날에는 용돈은 챙겨드리지 못하고 카네이션으로만 감사한 마음을 전해야 할 것 같다."
가정의 달 5월이다. 어린이날을 비롯해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인의날, 부부의날 등등 가정과 관련된 기념일이 유독 많아 흔히들 그렇게 부른다.
기념일이 많다 보니 가계 지출이 만만치 않고 부담 또한 커지는 달이기도 하다. 올해는 그 부담이 어느 때보다 더하다. 덩달아 한숨과 고민도 깊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최악의 경기 상황을 맞으며 지갑은 얇아질 대로 얇아졌고 가계 살림은 나아지기는커녕 자꾸만 뒷걸음질 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 청주에서 낮에는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밤에는 대리운전기사로 일하는 A씨(40·청주시 영운동)는 5월이 되기도 한참 전부터 하루하루가 한숨이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지금까지 두 달이 넘도록 고객과 계약을 단 1건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수입은 절반으로 줄었다.
그나마 그 수입마저도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기존 고객의 보험 유지를 위해 보험료를 대신 내느라 몽땅 다 털어 넣고 있다.
수입이라고 해봐야 하루에 1~2건 있을까 말까 한 대리운전 수입이 전부다. 정말이지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는 형편이다.
A씨는 "올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못난 아빠, 못난 자식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아이와 아내에게 미안하고 양가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처지를 한탄했다.
서너 달 전까지만 해도 음식점 2곳의 어엿한 사장님이었던 B씨(41·청주시 율량동)도 5월을 지낼 일이 걱정스럽고 매일 시름이 깊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전까지는 경기가 어렵다고는 해도 손님이 꾸준히 있어 준 덕에 현상 유지는 했다. 하지만 상황은 하루 아침에 바뀌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그대로 맞은 것이다.
요즘 같은 때에 가게 1곳을 운영하는 것도 벅찬데 2곳을 꾸려나가려니 말 그대로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 넣고 빚만 잔뜩 늘어난 상황이다.
견디다 못해 가게 2곳 모두 처분하려고 내놓은 상황이지만, 그마저도 찾는 사람이 없다. 권리금이라도 조금 건지고 싶은데 이것조차 포기해야 할 처지다.
B씨는 "내 인생은 코로나19 이전이랑 이후로 나뉜다"며 "전에는 최상은 아니어도 먹고 살 만은 했는데 지금은 최악"이라고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이어 "어린이날에 뭐 사줄 거냐고 묻는 아들 녀석한테 대꾸도 못 하고 눈도 못 마주치고 있다"며 "요즘 벌이가 괜찮다는 온라인 쇼핑몰 택배 일을 지난주부터 하고 있다"고 전했다.
A씨와 B씨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시작된 각 가정의 어렵고 빠듯한 살림은 5월 가정의 달까지 집어삼키며 많은 이들을 한숨을 짓게 하고 있다.
충청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충북의 지난 3월 일시 휴직자는 5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만4000명(478%) 증가했다. 실업자수 역시 2만9000명으로 2000명(7.0%) 증가했고, 실업률도 3.2%로 0.2%p 늘었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충북의 지난 3월 실업급여 지급 건수는 1만9964건으로 지급 금액은 278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지급 건수는 16%, 지급 금액은 25% 증가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