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황산테러 피해아동 故 김태완 군의 가족과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4월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를 골자로 한 "태완이법(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뉴스 © News1 정회성 기자>
"국민 정서 반영한 입법 필요" vs "법적 안정성 위협"
1999년 5월 발생한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이 공소시효 만료로 결국 영구미제로 남게 되면서 흉악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논란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피해아동 김태완(당시 6세)군의 부모가 낸 재정신청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를 기각했다고 10일 밝혔다.
공소시효 만료를 3일 앞두고 피해아동 부모가 낸 재정신청을 하면서 공소시효가 중지됐지만 대법원이 지난 26일 최종 기각함에 따라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과 '화성 연쇄살인 사건', '이형호 어린이 유괴살인 사건'도 공소시효 만료로 영구미제가 된 대표적 사건들이다.
공소시효는 오랜 시간이 지난 경우 증거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점과 사회적인 관심의 약화, 피고인의 생활안정 보장 등을 고려하는 취지다.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의 재정신청을 담당한 박경로 변호사는 10일 "흉악범죄나 반인륜범죄 등 범인이 공소시효 만료로 법적 책임을 면하게 되는 데 대해 사회적 정의 측면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많은 국민들이 이번 사건의 진범이 밝혀진다면 언제라도 응징을 해야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정서가 반영된 입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판사도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공소시효 제도가 유지될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살인범 등 흉악범죄에 있어서 만큼은 공소시효 만료기간을 연장하거나 아예 시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2월 살인과 촉탁에 의한 살인 등 일부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이른바 '태완이 법'을 대표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반면 공소시효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최진녕 변호사는 "극단적 인명경시 범죄에 한해 공소시효 폐지는 실질적 정의 구현 취지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도 "전면적으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미국 같은 경우에도 모든 살인죄가 아닌 극단적 범죄에 한해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있다"며 "절차적 정의를 고려해 공소시효 기간을 늘리는 등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변호사도 "국민적 정서만으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것은 포퓰리즘"며 반대했다.
그는 "사건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용의자가 잡혀 재판이 열리더라도 대부분 증인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사람의 기억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왜곡되거나 흐려져 증거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사법위원장인 이재화 변호사는 "사건이 일어난 뒤 여론에 따라 개별 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것은 법적 형평성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면서도 "흉악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에 의한 범죄나 전쟁 범죄 등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면서 "공소시효 폐지 논의에 이 부분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