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 News1>
“유통 강화” 외친 김승연, 시내 골드면세점도 품어
SK, M&A·신사업서 잇단 좌절…총수 부재로 혼선 거듭
'승부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앞에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움켜쥔 것도 김승연 회장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발휘됐기 때문이란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반면 SK네트웍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공백을 깨지 못하고 좌절감을 맛봤다. SK그룹은 앞서 시도했던 인수·합병(M&A)에서도 줄줄이 실패하면서 한화그룹과 비교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 김승연 회장 강력한 리더십…기지개 펴는 한화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가 이번 시내면세점 입찰전에서 '황금 티켓'을 따낸 것은 여의도 63빌딩을 입지로 내건 것이 주효했다.
한화는 면세점 후보지를 선정할 때부터 기존 면세점이 자리 잡고 있는 도심은 아예 고려하지 않았다. 그룹의 상징이자 중국인들 사이에서 '골드바'로 통하는 63빌딩을 입지로 택한 것은 '한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회장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김 회장은 경영에 복귀한 지난해 11월 이후 굵직굵직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한화는 지난해 말 삼성그룹 계열사 4개를 인수하는 빅딜을 발표했다. 현재 한화종합화학, 한화토탈, 한화탈레스, 한화테크윈으로 변신을 완료한 상태다. 이를 위한 투자금액은 1조9000억원에 달한다.
한화건설은 올 4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에 분당급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을 수주했다. 수주금액은 약 2조3000억원이다. 한화큐셀은 같은달 1조원대 태양광 모듈 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성과를 잇따라 내면서 한화그룹 내부에서는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김 회장은 시내 면세점의 큰 방향을 그렸고 실무는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에게 맡겼다. 황 대표는 지난 6월 1일 관세청에 대기업 7곳 사업자 중 가장 먼저 특허신청서를 제출하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김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서비스 부문도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두려울 것이 없었다. 이는 면세점 사업을 직접 겨냥한 발언으로 여겨지고 있다.
김 회장은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직후 임직원들에게 "고생많았다"고 격려했다. 또 "계획한대로 잘 준비해 국가경제에 기여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한화는 63빌딩 면세점을 중심으로 '여의도 플랜'을 완성하는 일만 앞두고 있다. 재계에서도 '한화 분위기가 예전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얘기가 속속 나오고 있다.
◇ 최태원 회장의 유독 큰 빈자리…사면 대상 포함될까
반면 SK그룹은 수장의 빈 자리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2년6개월째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이번 면세점 입찰에 나서면서도 적극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SK그룹은 최 회장이 자리를 비운 후 추진하던 사업에서 잇따라 실패했다. 올해 초에는 렌터카 1위 업체인 KT렌탈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롯데그룹에 밀렸다.
2013년에는 SK텔레콤이 ADT캡스 인수전을 중도 포기했고 SK E&S는 STX에너지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지난해 초에도 SK에너지를 통해 호주 유나이티드페트롤리엄(UP) 지분을 인수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 사업이 모두 '멈춤' 상태다.
SK네트웍스는 이번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하면서 지난 23년간 워커힐 면세점을 운영해 온 경력을 강조했다. 면세점 사업에 4500억~5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통 큰' 결정도 내렸다. 면세점이 들어설 동대문 지역 인프라 구축에만 이 중 2000억~3000억원을 쓴다는 포부였다. 그러나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업계에서는 그룹 총수의 존재 여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재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과 집행유예 상태인 김승연 회장은 이번 '광복절 사면'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에 한번 더 관심이 쏠린다. 그 결과에 따라 한화그룹과 SK그룹의 희비가 또 다시 엇갈릴 수 있어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