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선수 박태환이 자신에게 도핑금지약물을 주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T병원 김모 원장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14일 재판에 증인 출석…"검찰서는 힘들어서 잘못 진술한 것"
주사 몇번 맞았냐·사전에 리스트 받았냐…원장과 주장 엇갈려
매니저들 증언도 부인…"병원 간다는 사실 충분히 알리고 갔다"
수영선수 박태환(26)이 검찰 조사에서 "주사를 맞을 당시 남성호르몬이라는 사실을 들었다"고 말한 것은 잘못 말한 것이었다며 자신은 남성호르몬이 도핑금지약물로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증언했다.
또 '네비도'(NEBIDO)를 몇번 맞았는지, 사전에 약물 리스트를 제공받았는지에 대해서도 T병원 원장 김모씨와 완전히 주장이 엇갈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강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14일 진행된 김씨에 대한 세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나선 박태환은 "어떻게 보면 창피한 말일 수도 있는데 (남성호르몬이 도핑 문제가 된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며 고의 도핑을 전면 부인했다.
박태환은 "도핑 문제 통보를 받고 나서 복용했던 약, 연고를 확인하다가 T병원에서 맞은 주사가 원인이란 걸 확인했다"며 "그 전에는 (네비도가 도핑금지약품이라는 주의사항을) 설명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 당시 "주사 놓을 때 남성호르몬이라고 했던 것 같다"고 진술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혼동이 있었던 것 같다"며 "(도핑 문제가 있은 후) T병원에서 성장호르몬, 남성호르몬 얘기를 들은 적 있다는 걸 저렇게 얘기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또 "네비도가 테스토스테론을 함유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고 테스토스테론이 금지 약물이라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아는 도핑금지약물은 스테로이드가 유일했다"며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네비도가 무슨 약물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약물 리스트'를 제공받았는지, 네비도를 몇번이나 맞았는지에 대해서도 김씨와 주장이 완전히 엇갈렸다.
박태환은 "(병원에 처음 내원할 당시) 약물리스트는 안 받은 것으로 알고 있고 비타민에 대한 리스트만 받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먹어도 된다고 했다"며 "확인했다는 리스트는 비타민 약 처방 리스트"라고 주장했다.
네비도 주사를 맞은 것도 단 한번이라며 "두번째 네비도를 맞았다고 김씨 측이 주장하는 시점이 연말인데 훈련 외에도 개인 스케줄이 많이 있어서 주사를 맞았다고 하면 통증이 있거나 하는 기억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억이 없다"고 항변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4월 열린 첫 공판에서 박태환 측에게 약물 리스트를 먼저 제공했고 박태환 측이 도핑금지약물 포함 여부를 확인한 뒤 처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박태환이 네비도를 맞은 횟수도 1회가 아니라 2회라고 주장했다.
박태환은 매니저들의 증언에 대해서도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태환은 "웬만하면 T병원에 가는 것을 다 얘기했다, 새벽운동이 끝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가기 전에 병원을 방문했기 때문에 전담팀 선생님께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며 "매니저들이 어떤 의도로 저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박태환의 매니저들은 지난 6월 열린 김씨에 대한 두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태환이 매니저들에게 병원에 간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언론을 보고 뒤늦게 알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박태환은 이날 재판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김씨를 처벌해줄 것을 요청했다.
박태환은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1~2년 한 게 아니라 10년이 넘었고 10년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건 (그만큼) 조심했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수영을 대표하는 선수이고 이름 석자를 세계적으로 알린 선수라고 자부하고 있는데 뭐가 아쉬워서 그런 주사를 맞겠느냐"고 토로했다.
또 "주사를 맞고 난 후에 오히려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며 "기록이 안 나와서 (주사를 맞은 후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의사라면 전문가로서 (도핑 관련 지식을) 공부해야 할 텐데 공부하면 (김씨도)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며 "도핑은 내가 알아서 체크했어야 한다고 하는 건 무책임한 책임 회피"라고 비난했다.
박태환은 "김씨가 놨다고 주장하는 나머지 주사는 맞은 기억이 없고 네비도가 유일한 잘못이라고 생각해 고소했는데 김씨에게 다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주사로 인한 부작용까지 생각한다면 호르몬 수치의 변화를 가져오는 주사를 설명 없이 놓은 원장에게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