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소권 남용 아니다…한국정착 포기에 대한 두려움 등 사정 참작"
배심원들은 '서울시 공무원 채용'만 유죄…'대북송금'은 공소권 남용 판단
탈북자들의 대북송금을 주선하며 불법으로 수십억원을 북한으로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당사자 유우성(35)씨가 국민참여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유남근)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유씨에 대해 16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배심원들은 3시간에 가까운 평의 끝에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7명 중 4명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배심원들의 평결을 받아들였지만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 아니다"며 배심원들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가 시효 만료 전에 기소했다고 해도 기초 사실이 바뀌어 기소할 필요성이 발생했다면 자의적인 기소라고 보기 어렵다"며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쌀을 보내는 방법을 찾던 중 (대북송금 주선 사업을 하던) 삼촌을 도왔다는 것은 거짓으로 보이고 사건에의 가담 정도도 종전 기소유예 처분 당시 밝혀진 것과 같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증인의 진술은 국가정보원이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것"이라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던 검사가 국정원의 수사 내용을 알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른 쟁점들에 대해서도 유씨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인천해양경찰청이 위법한 수사를 했다"는 유씨 측의 주장에 대해 "해경 수사관이 중국인 선원으로부터 첩보를 입수받아 시작된 사건으로 해경이 수사 단서를 얻었다면 수사로 나아가는 데도 관할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화교 신분을 숨기고 서울시 공무원으로 채용된 것에 대해서도 "유씨는 한국에 입국 당시 중국 국적을 보유했기 때문에 북한이탈주민에 해당하지 않고 스스로도 화교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며 "서울시가 불충분한 심사를 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유씨가 적극적이고 치밀한 방법으로 탈북자처럼 가장해 장기간 공무원으로서 혜택을 받아 실제 탈북자들이 채용되지 못하게 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의 경우 적극적으로 송금자를 유치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고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도 관련기관 추천이 있었다는 사정을 참작했다"며 "유씨가 범행을 저지른 동기 중에는 화교라는 신분을 밝힐 경우 어렵게 정착한 한국에서의 생활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탈북자들의 대북송금을 주선해주는 일명 '프로돈' 사업을 통해 13여억원을 북한으로 밀반출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지난해 5월 기소됐다.
또 국적을 속여 우리나라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고 탈북자 정착금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도 받았다.
2009년 9월 이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동부지검은 유씨가 초범이고 '통장만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해 이듬해 3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이후 유씨에 대한 다른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에 기소유예됐던 사안을 다시 수사할 수 있게 됐다고 보고 이 사건을 재수사했다.
검찰은 선고에 앞서 진행된 결심에서 "피고인과 그 가족은 중국 국적의 화교 신분을 이용해 불법 대북 송금사업을 하면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한편 유씨는 국가보안법상 간첩 등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 대해서는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남겨두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