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및 대외 정보 활동에서 역할 비중 늘어나
"'김일성' 검색할까 망설였다"는 탈북민의 말 속에 담긴 그림자
북한의 수도인 평양은 서울에서 약 200km가량 북쪽에 위치해 있다. 차로 달리면 3시간 가량이면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그렇지만 남한 사람들 중 "평양은 어떤 곳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많지 않을 것이다. 남북 간 정보의 단절은 분단 70년 동안 전혀 이어지지 않고 있다.평양의 일상생활부터 북한 김씨 일가 통치에 숨겨진 방정식 까지 그간 쉽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북한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돋보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註
최근 국가정보원이 개인에 대한 해킹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외국으로부터 사들였다고 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에 대한 정보 및 첩보, 대공감시 활동 등을 그 이유로 제시했는데 사실 최근들어 해킹 등의 기술을 정보활동의 주요 수단으로 삼기 시작한 곳은 북한을 빼놓고선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북한의 이른바 '사이버 부대'는 정보활동과 해외 공작활동을 담당하는 정찰총국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찰총국장을 맡고 있는 인물은 김영철 대장입니다. 속된 말로 '남북대화 좀 해봤다'는 당국자들이 최고의 '회담 스페셜리스트'로 꼽는 인물입니다.
김영철이 대남 스페셜리스트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본인 특유의 기질도 있겠지만 풍부한 대남 정보를 가장 먼저 손에 쥐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온라인이 발달하면서 북한도 온라인을 통한 정보 수집에 공을 들이게 됩니다. 요즘도 '간첩'이나 '스파이' 등의 휴민트(HUMINT·인적 첩보) 활동이 끊어지진 않겠지만, 사이버 첩보전의 규모가 이를 넘어선지 이미 오래됐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사이버 첩보를 담당하는 주력 부대들은 그러나 대부분 해외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중국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이버 부대원의 규모는 최대 6000명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는 김정은 시대 들어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라고 합니다.
다만 다양한 사이버 첩보전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해외 서버를 경유하는 방식으로 사이버 첩보전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저도 개인 메일 시스템에 대한 해킹 시도로 인한 피해를 본 적이 있는데 북한의 대남 정보요원들의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지린성에서 해킹 시도가 이뤄졌다고 나오더군요.
해킹이나 디도스 공격 등에 대한 역추적에 따른 정보 외에 이들 해외 사이버 부대들의 정확한 실체가 아직 드러난 적은 없습니다.
사이버 부대에 동원되는 인력들이 해외에 유학이나 연구 목적으로 파견되는 경우가 있다는 첩보가 그나마 실체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2011년의 농협 전산망에 대한 공격이나 2013년의 두 차례의 사이버 테러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의 대남 사이버 활동의 범위는 점차 커지고, 그 강도도 세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최근엔 김정은의 암살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든 미국 소니 영화사에 대한 해킹 사건도 '북한의 소행'으로 크게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외에 나가서 다양하고 광범위한 인터넷 기술을 익히는 인력들은 불가피하게 무한정의 정보에 노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달러벌이를 위해 해외에서 근무하는 무역일꾼 들에게도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 세상'이 열린다는데 사이버 전문 인력에게는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한 무역일꾼 출신의 탈북민이 우리 측에 귀순해서 "인터넷에 '김일성'을 검색할지 말지 고민하는데 2년이 걸렸다"고 말한 것은 기자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그 탈북민은 '김일성'을 검색하는 순간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직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인터넷에 대한 접점이 넓어져가는 북한의 한 이면입니다.
가시적인 수치로 확인할 순 없지만 중국 등지에서 사이버 정보 수집 활동을 펼치다가 종종 제3국에 망명을 요청하는 경우도 꽤 된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해킹 등의 전문적 기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제지만 북한의 대외 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2013년 우리 측 언론인들의 실명을 거론하는 비난 글을 게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거론된 이름과 소속매체들이 틀린 경우가 많아서 정부 당국과 기자들이 모두 그 원인을 궁금해 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2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해 금강산을 찾았을 당시 만났던 대남기구의 한 인사는 그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데요, 원인을 묻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엉뚱하게도 "그럼 정확한 소속과 이름을 좀 달라"는 농섞인 대답이었습니다.
우리민족끼리는 낮은 레벨의 대남 홍보매체이다보니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인터넷 접근이 원활치 않아 발생한 일로 귀결되긴 했습니다만 북한의 인터넷 환경에 대한 또 하나의 이면을 발견했던, 결코 웃지만은 못할 일이기도 했습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