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금품수수 일시 '2013년 4월4일 오후 4~5시' 특정…증거 다수 제출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65) 전 국무총리에 대한 첫 재판에서 검찰이 그간 숨겨왔던 증거들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법정 공방의 시작을 알렸다. 이 전 총리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엄상필) 심리로 22일 열린 이 전 총리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이 전 총리가 금품을 받았다고 특정했던 구체적 시간을 처음 공개했다. 검찰이 밝힌 일시는 '2013년 4월4일 오후 4~5시'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이날 오후 4~5시에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이 전 총리를 만난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관련 증거도 제출했다.
검찰은 그 동안 수사 과정에서 공소유지를 위해 이 전 총리에 대한 구체적 금품수수 정황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 금품 전달 경위와 시점, 액수 등을 둘러싸고 검찰과 이 전 총리 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또 2013년 4월 이 전 총리가 부여의 선거사무소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 입증을 위해 성 전 회장이 직접 작성한 증거와 성 전 회장의 육성이 담긴 증거 등을 제출했다.
검찰은 또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에게 3000만원을 전달한 사실, 해당 자금의 출처, 성 전 회장이 부여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한 것과 관련한 기타 정황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도 핵심 증거로 함께 제출했다.
검찰은 "금품을 준 사람이 사망해 공여자를 조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성 전 회장의) 육성을 기초로 수사에 착수했다"며 "진술 증거보다 증거 가치가 높은 물적 증거를 찾아내고 정치자금을 준 사람의 진술을 통해 공소사실을 입증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이날 증거에 대한 열람·등사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은 더 제출할 증거가 없고 이미 수사과정에서 확정됐지만 변호인 측은 공판 진행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추가로 제출될 수 있는 증거가 있을 경우에도 열람 및 등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증거로 제출되지 않고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문서라도 진술자들의 신빙성 판단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이유로 열람·등사가 필요하다며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 목록을 살핀 뒤 따로 의견을 내기로 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따로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기일에 형사재판 피고인이 출석해야 하지만 공판준비기일에는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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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 News1 이광호 기자 |
이날 이 전 총리 측 변호인은 "기본적으로 돈을 받은 사실이 없고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 수사 당시 이 전 총리는 법무법인 율우 김종필 대표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을 꾸렸지만 재판을 앞두고 이상원(46·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를 추가 선임했다. 이날 나온 이 변호사는 노태우 정부 시절 실세였던 박철언 전 국회의원의 첫째 사위다.
이 전 총리는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2013년 4월4일 충남 부여읍에 위치한 재보궐선거 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일 불구속기소됐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직후부터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사실이 결코 없다"고 줄곧 혐의를 부인하다 취임 두 달여만에 결국 총리직에서 사퇴했다.
검찰은 지난 2일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전 총리과 홍준표(61) 경남도지사,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 등을 각각 기소했다.
그러나 김기춘·허태열·유정복 등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나머지 6명에 대해서는 모두 '혐의없음' 또는 '공소권없음'으로 결론냈다.
한편 이 전 총리와 함께 기소된 홍 지사와 윤 전 부사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3일 오전 11시에 진행된다.
이 전 총리에 대한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3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준비기일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