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22/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접견 횟수·시간 제한 없어…일반인 상대 '심부름꾼 변호사'도 나타나
"조그만 메모지 하나 놓고 젊은 변호사 앞에 '사장님 포스'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더라."
지난해 12월 의뢰인 접견을 위해 서울 남부구치소를 찾았던 한 변호사는 '땅콩회항'으로 구속수감됐던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변호인이 접견하는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다.
일부 재력가의 경우 구치소에 수감되더라도 '집사 변호사'를 고용해 접견을 이유로 에어컨과 소파 등이 구비된 접견실에서 편하게 시간을 보낸다. 한 변호사는 가방에 몰래 간식을 챙겨간 뒤 의뢰인에게 전달해주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3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간치상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한 종교단체 교주가 변호사인 신도와 매주 1~2회 접견하며 설교내용을 교단에 보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A 변호사는 지난 3월 중 22일간 600여건, 하루 평균 30건의 수용자 접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견 시간이 불과 5~10분에 불과하더라도 수감자들은 대기 명목으로 대기실에 비교적 자유롭게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이용해 B 변호사는 같은 구치소에 수감된 C씨와 D씨에 대한 접견을 동시에 신청한 뒤 두 사람이 대기실에서 만날 수 있도록 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구속된 기업 회장의 '옥중 경영'을 돕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2003년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용호 게이트'의 주인공 이용호 지앤비그룹 회장을 접견하며 휴대전화와 증권 단말기를 주고 받은 E 변호사가 검찰에 덜미를 잡혀 구속되기도 했다.
의뢰인의 말동무나 심부름을 주로 하는 일명 '집사 변호사' 문제는 유력 인사나 재력가들이 구속수감될 때마다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상 변호사는 횟수나 시간 제한 없이 자유롭게 수감자를 접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사 변호사들이 이 같은 업무를 하고 받은 수당은 시간당 20만~30만원 혹은 수감자 1인당 월 150만원~300만원 등 다양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수임 경쟁 과열로 인해 유력 인사나 재력가가 아닌 일반인을 상대로 심부름 업무를 주로 맡는 변호사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수감자들이 집사 변호사를 고용해 '시간 때우기'를 하는 동안 다른 수감자들의 변호사 접견권이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구치소 내 접견실 수는 제한돼 있어 일부 수감자의 접견 시간이 길어질 경우 다른 수감자들은 장시간 대기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변호인이 의뢰인과의 접견 신청을 했음에도 접견실 밖에서 접견이 이뤄지는 일도 종종 생기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구치소로 자주 출근하거나 장시간 머무른 변호사 10명의 명단을 대한변호사협회에 전달했다. 변협은 조사위원회의 조사 과정을 거쳐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최진녕 변호사는 "집사 변호사들은 대부분 수임 사건이 적은 변호사"라면서 "이들을 고용해 유력가들과 연결시켜주는, 이른바 '브로커' 역할을 하는 전관 변호사부터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