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그룹 후계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마이크에 머리를 부딪힌 뒤 찡그리고 있다. 2015.8.3/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신격호 총괄회장 일본행 예상이나 한 듯 하루 전 일본 출국
아버지 결정 곧바로 뒤집고 주주설득, 3일 귀국해 입장 표명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오후 2시35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일본으로 출국한지 8일 만이다.
신 회장은 이번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아버지 신격호(94) 총괄회장,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74) 이사장 등 가족들의 움직임을 예측이라도 한 듯 지난달 26일 일본롯데 홀딩스 본사 소재지인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방일 목적에 대해 "지난달 15일 대표이사에 선출된 롯데홀딩스의 업무를 챙기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지만 이후 벌어진 일들을 보면 '기가막히다'고 할 정도로 출국 시점이 절묘하다.
신 회장이 출국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신격호 총괄회장과 누나 신영자 이사장, 형 신동주(61)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등이 전세기를 동원해 새벽같이 일본으로 향했다.
일본 롯데홀딩스 본사에 도착한 신격호 총괄회장은 전현직 이사들을 불러 모아 놓고 본인을 제외한 신동빈 회장, 쓰쿠다다카유키 등 6명의 이사 해임을 구두로 지시했다.
신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라 도쿄 신주쿠 소재 롯데홀딩스 본사에는 한때 해임 인사 방이 나붙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은 발빠르게 대처했다. 그는 이튿날인 28일 이사회를 열어 "이번 해임 지시는 이사회 결정을 거치지 않은 불법"이라며 이를 뒤집은 뒤 오히려 신격호 총괄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을 의결했다.
롯데홀딩스는 신 총괄회장의 대표 이사 해임 보도자료를 뿌려 이를 일본 언론에 알렸다. 당시 신 회장은 "고령인 아버지를 이용한 행위로 용서할 수 없다"며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 다툼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날 신영자 이사장과 함께 귀국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다음날인 29일, 모친인 시게미쓰 하쓰코(88) 여사는 30일, 삼촌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은 31일 한국을 찾았다. 31일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부친인 고(故) 신진수씨의 기일이다. 때문에 최종적을 신동빈 회장이 합류해 제사를 계기로 가족회의를 열고 타협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는 기대섞인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은 귀국하지 않았다. 신 회장은 이 기간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주요 주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또 일본 금융기관, 주요 협력사 등 재계 관계자들을 만나 현 상황을 설명하고 롯데그룹의 향후 사업 계획과 경영 방침 등을 알리며 도움을 청했다.
서울에 머문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 기간 폭로전을 시작했다. 신 전 부회장은 31일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장남인 신동주 한국롯데그룹의 회장으로 임명함'이라는 문서를 공했다. 이어 2일에는 "동생인 신동빈 회장과 지난달 6일 경영권 승계를 두고 대화했지만 신 회장이 제안을 거부했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중재자'로 주목받고 있는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는 이달 1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한국을 찾아 남편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내내 함께 했던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는 이후 일본으로 출국해 신동빈 회장에게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3일 오전 출국이 예상됐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를 연기하고 한국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 신 총괄회장과 형 신 전 부회장과 극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눌 수도 있을 것으로 재계는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김포공항에 입국해 곧바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번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본인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