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군청>
진천 올 들어 4명 마을 투표로 물러나 '이례적'
충북 진천군의 마을 이장들이 주민들에 의해 잇따라 퇴출되는 등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났다. 농촌의 인구가 급속히 고령화되면서 이장을 맡을 사람이 없어 떠밀리듯 책임을 맡았던 예전과는 달라진 풍경이다.
5일 진천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전체 286개 마을 이장 가운데 4명이 주민 투표로 물러났다.
행정구역 말단 단위인 리(里)를 대표해 마을 대소사를 챙기는 이장들이 동네 주민들로부터 불신임을 받아 사퇴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부분 주민과의 갈등이 문제가 됐다.
문백면의 한 이장은 폐기물처리장 건축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주민들 모르게 주민동의서를 서명 날인했다가 반발을 샀다. 폐기물처리장이 마을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 주민들은 면사무소에 찾아가 강력하게 해임을 요구했고, 결국 이장은 자진사퇴했다.
진천읍의 한 이장도 인근에 건립되는 D아파트 시행사와의 유착 의혹으로 옷을 벗었다.
아파트를 지으면서 소음 분진 등 환경오염에 노출된 주민들은 문제를 제기했는데, 중재 역할을 해야할 이장이 이 아파트 현장사무소에 취업하자 화가 난 주민들이 마을 총회를 열어 그를 해임했다.
진천읍내 다른 이장은 동네에 들어서는 태양광발전시설 때문에 퇴출된 케이스다. 이 사업에 동의했던 주민들은 당초 예상보다 시설물이 높게 올라가자 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이미 물 건너간 상태였다.
논란의 중심이 된 이장은 "자신도 이렇게 높게 올라갈 줄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결국 마을총회를 거쳐 물러났다.
다른 진천읍의 이장은 산업단지 조성 관련, 민원으로 코너에 몰려있다. 산업단지 조성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장이 공장 부지 토지매매 중개를 하는 등 업체 편에 섰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장이 사퇴를 거부하자 지난달 마을총회를 열어 새 이장을 선출했다.
이처럼 이장퇴출이 늘어난 표면적인 이유는 동네에 들어서는 아파트나 공장과 관련한 정보를 주민과 공유하지 않았거나 문서 위조, 사익을 취한 의혹 등으로 압축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리면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던 농촌 주민들의 의식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변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농촌 마을 이장은 농약 등 농자재와 각종 고지서를 돌리고, 정부시책을 알리는 등의 고정업무만도 20가지가 넘는다. 반면 이장의 연봉은 월급 20만원과 회의수당 4만원, 설 추석 상여금 40만원 등 328만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마을을 위해 순수하게 봉사하는 자리로 인식됐던 이장의 위치가 각종 개발사업과 맞물리면서 변화하고 있다.
유재윤 진천읍이장단협의회장은 “한 달에 수 십개의 공문이 군청에서 내려온다. 농약 등 영농자재, 각종 문서를 돌리다보면 한 달이 후딱 지나간다”며 “대부분의 이장들이 월급의 몇 배를 써가면서 일을 보는데 일부 불미스런 일이 확대해석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