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수능 수리영역 강사가 자신이 집필한 수능 모의고사 문제집의 필적 확인란에 박근혜 대통령의 어록을 써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흔한 실전 모의고사의 필적 확인란'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이 글을 게시한 네티즌은 "오늘 모의고사 문제집을 배송받았다"며 사진 여러장을 함께 공개했다.
이 네티즌이 공개한 사진들은 수능 수리영역 모의고사 문제집에 있는 문제지 본인 필적확인란을 촬영한 것이다. 이 문제집은 일명 '1타 강사(그 과목에서 가장 수강생이 많은 강사를 이르는 말)'로 불리는 한 수능 수리영역 강사 A씨가 집필한 것이다.
해당 게시글의 필적확인 문구들이 화제가 된 이유는 요즘 온라인상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근혜체(박근혜 대통령의 평소 말투를 흉내낸 것)'로 쓰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에 가세요',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 섭취를 삼가라', '우리의 핵심 목표는 이것이다 하고 나아가면',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걸 해낼 수 있다',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줄 것이다' 등 모두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했던 발언들을 변형한 것들이다.
박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특정한 말투나 단어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덕분에 탄생한 것이 '근혜체'다. '이것이다 하면', '에너지를 분산시킨다', '온 우주가 도와준다' 등의 문장은 통째로 유행어 반열에 올랐을 정도다. A 강사도 입시로 지친 수험생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이런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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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A 강사가 본인이 집필한 문제집의 모의고사 필적확인란에 재치있는 문구를 쓴다는 사실은 이미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빛과 어둠의 영혼을 가진 바로 그 소년 유희왕', '언제나 어디서나 피카츄가 옆에 있어', '소환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작은 고추의 매운맛을 보여주마 폭풍 저그 홍진호가 간다' 등이 그동안 A 강사가 필적확인란에 썼던 문구들이다.
'못난 아버지를 둔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아아'라는 문구가 필적확인란에 등장한 적도 있다. 이것은 고승덕 변호사가 2014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출마 당시 미국에 있는 딸과 관련한 문제로 논란에 휘말렸을 때 기자회견 자리에서 '못난 아버지를 둔 딸에게 미안하다'라고 한 것을 희화화한 것이다.
# "선생님, 그러다 댁에 마티즈가 배송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A 강사의 재치있는 모의고사 필적확인 문구를 본 네티즌들은 열렬한 호응을 보내면서도 A 강사를 걱정하고 있다. 아이디 naes****인 네티즌은 사진을 보고 "띵똥~출제자 계십니까? 빨간 마티즈 배송 왔습니다~"라고 말했고, 아이디 exxx****인 누리꾼은 "이 선생님 내일 마티즈 타고 출근하셔야 할 수도…"라고 말했다. 이 네티즌들은 최근 국정원 직원 자살사건과 관련한 의혹을 풍자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A 강사 못지않은 '센스'를 발휘한 네티즌들도 많았다. "판사님, 저는 웃지 않았습니다!"(아이디 hooo****), "판사님, 제가 추천한 것이 아니라 제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제 여동생이 저 몰래 추천을 눌렀나봐요 ㅠㅠ(아이디 inje****)"와 같은 댓글들은 다른 누리꾼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아이디 fjs8****인 네티즌은 "사설 모의고사니까 가능하지, 평가원이나 교육청 모의고사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기도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