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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8-15 17:10
교수 연주회에 고가 티켓 학생 할당…대학원생들의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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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시애틀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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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워 작성한 보고서에 이름 빠져있어…"침묵한 나도 공범"
"며칠 밤을 새워 작성한 보고서가 몇 개인데, 어디에도 제 이름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혹여 교수 눈밖에 날까 두려워 아무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제자에게 상습적인 폭행을 일삼고 인분까지 먹인 한 대학교수의 충격적인 일상이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그러나 상당수의 대학원생들은 이같은 풍경이 '낯설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했다.
일부 대학원생들은 인분을 먹고, 폭행을 감수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사실상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작성한 보고서에 저자로서의 이름이 빠져있고, 교수들의 '음악행사' 등 연례행사에 무조건 참여해야 하는 등 '울며 겨자먹기'식 대학원생들이 부지기수라는 얘기다.
지난 2013년 석사과정을 졸업한 A(31)씨는 오랜 기간 꿈 꿔왔던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 박사과정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서울의 한 대학 사회계열 B교수를 만나게 됐고, B교수는 A씨에게 "이번에 내가 맡게 된 프로젝트를 도와주면 박사과정 입학을 보장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A씨는 잘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두고 B교수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약 1년 반 동안 B교수는 A씨에게 보고서 8개를 작성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 며칠 밤을 새워 사실상 A씨가 실질적 저자로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B교수가 제출한 보고서 어디에도 A씨의 이름은 없었다.
A씨는 보고서 작성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도 불공정하게 배분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프로젝트 1개당 1000만원에서 3000만원 가량의 연구비가 책정되는데, 내가 받은 금액은 70만원에서 300만원 정도"라며 "나에게 떨어진 연구비를 제외하고 나머지 연구비는 모두 B교수가 챙겼다"고 말했다.
'생활에 문제가 없도록 해주겠다'던 교수의 말만 믿었던 A씨는 결국 생활고와 각종 부당함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B교수와의 관계를 정리했다. 오랜 기간 꿈꿔왔던 '대학교수'라는 꿈마저 함께 정리한 A씨는 "B교수의 각종 비리에 눈감고 동조했던 나도 공범일 뿐"이라고 실토했다.
이처럼 대학원생들은 '교수는 목숨같은 존재"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서울의 모 대학 이공계열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C(29·여)씨도 "대학원생들에게 교수는 마치 목숨과도 같다"며 "교수가 없으면 이 업계를 떠나야 하고, 이는 본인의 인생이 끝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수가 지니는 권위가 상상도 못할 정도이기에 대학원생들은 무조건 교수의 말에 복종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소재 모 대학원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D(25·여)씨는 "음악계에서 존재하는 '교수 모시기'는 학부 때부터 철저하게 학습된 것"이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교수의 생일이 가까워지면 같은 반에 있는 제자들이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며 "교수가 어떤 케이크를 좋아하고, 어떤 브랜드의 가방과 옷을 선호하는지에 대해 모두 알아야 하고, 이에 맞춰 선물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주회 등이 있을 때마다 제자들에게 부과되는 이른바 '티켓 할당량'을 팔지 못하면 대학원생 스스로가 이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도 전했다.
그는 "대학원 첫 날 학과 사무실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찾아가자 조교가 '전공 교수의 연주회가 있으니 의무적으로 1명당 2장의 티켓을 팔아야 한다'고 하더라"며 "한 장에 5만원이 넘는 티켓 가격이 부담스러웠지만, 강압스러운 분위기에 어쩔 수 없이 구입했다"고 털어놨다.
담당 교수로부터 노골적인 '외모 지적'을 받은 이도 있었다. 교수의 음악회에 찾았던 E(28·여)씨는 "교수로부터 '네가 그렇게 하고 다니면 내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다. 내가 창피하지 않게 겉모습을 똑바로 하고 다녀라'는 말을 들었다"며 "직접적으로 외모 지적을 받고 나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우울했지만 감히 대꾸를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교수로부터 대학원생들이 이같은 부당한 일을 당하는 것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와 전국 대학원 총학생회가 발표한 '대학원생 연구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2354명 대학원생 중 34.4(1071)%가 '교수로부터 언어, 신체, 성적 폭력이나 사적노동, 차별, 저작권 편취 등의 부당한 처우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부당처우를 경험한 대학원생 대다수는 그에 대해 침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당처우 경험이 있는 1071명 중 65.3%는 '문제 제기 없이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으며, 9.9%는 애초에 자신이 당한 일이 문제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참고 넘어간 이유로는 '학점과 졸업 등 불이익이 두려워서'가 48.9%로 가장 많았고, '문제를 제기해봐야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응답이 43.8%로 뒤를 이었다.
제자와 교수 사이의 부당한 관계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모든 교수와 제자 사이가 이른바 '인분교수 사건'처럼 비합리적이지는 않지만, 폭력적인 성향이 있는 일부 교수가 제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며 "폭력 등 범죄행위는 명확하게 규명해 단호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이 교수는 "학벌이나 인맥 등 정량화되지 않은 지표가 존재하는 이상 학생은 교수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다"면서 "지금 고생을 견뎌내면 미래에 교수가 돼 큰 이권을 누릴 수 있음을 그들도 알기 때문에 불합리함에 대해 묵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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