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뉴타운 4단지, 전세가율 89.1%
"체감 전셋값 너무 비싸다" 전세가격 올라가니 거래 급감
매매 대비 전세거래 비율 1년새 15%p↓
#.직장인 이모(34)씨는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한 아파트에 반전세로 거주하고 있다. 계약기간은 끝나가는데 뾰족한 수가 없다. 월세를 올리기에는 부담스럽고 전세는 너무 올라서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이씨는 "전세든 매매든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차라리 집을 사는게 낫지 않겠느냐"며 저울질을 하고 있다.
전셋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26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은 70.9%로 조사됐다. 올해 들어서만 6.46%나 올랐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성북구로 80.1%를 기록했다. 길음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이 진전되면서 전세가율이 올랐다는 게 KB국민은행의 분석이다.
하지만 체감 전세가율은 이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길음뉴타운 현지 공인중개업소 대표들의 전언이다.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단지별로 살펴보면 전세가율이 90%에 육박하는 단지들도 있다"며 "중대형보다는 중소형 비율이 높은 경우"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자료를 살펴보면 길음뉴타운 인근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단지는 4단지 e편한세상으로 89.1%에 달한다. 1605가구 규모인 이 단지는 △59㎡ 497가구 △84㎡ 주택형 792가구 등 중소형 주택형 위주다.
이 아파트 59㎡ 주택형은 3억6000만~3억7000만원 수준에 전세 매물이 나와있다. 반면 매매물건은 3억9000만~4억2000만원 선에 가격이 형성돼있다.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길음뉴타운 단지 중에 교통환경은 최고 수준이 아니지만 아이들 키우기에는 가장 좋은 단지"라며 "전세 수요가 꾸준하니 가격이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길음뉴타운 2·3단지 푸르지오도 전세가율이 86.7%를 기록했고 5단지 래미안도 85.5%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K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새 아파트가 밀집돼있고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곳이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수요가 쏠린다"며 "한 번 들어오면 나가는 경우는 찾기 어렵지만 신규 수요가 꾸준히 생기기 때문에 전세 가격이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세를 놓고 보면 전세가율이 80% 중후반대지만 실제 거래를 기준으로 삼으면 90%를 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M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중 가장 비싼 물건과 매매 중 가장 싼 물건을 놓고 살펴보면 90%를 넘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층이나 향 등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전세가율이 높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전세가율이 높아지니 전세거래는 줄어들고 매매거래는 많아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달 성북구에서 체결된 전세거래는 238건이다. 매매거래(457건)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11월~2월 사이에는 전세거래가 매매거래보다 많을 정도로 거래가 많이 이뤄졌으나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세거래의 비중이 점차 줄고 있다. 지난해 9월 성북구의 매매거래 대비 전세거래 비중은 49.4%를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57.1%까지 올랐다가 점차 감소해 이달에는 34.2%로 나타났다.
J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를 구하느니 대출을 좀 더 받아서 차라리 집을 사자는 매매전환 수요가 적지 않다"며 "전세거래에 비해 매매거래가 많은 원인"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