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스판덱스' 효성의 마더플랜트를 가다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릴 정도로 고부가가치를 자랑하는 효성의 '스판덱스'는 세계 1등 상품이다. 효성은 자사 브랜드 '크레오라'를 통해 한때 스판덱스 시장을 독점하던 '듀폰'을 따돌리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30%를 기록하며 5년째 1등 자리를 지키고 있다. '크레오라'는 조석래 회장의 부인인 송광자 여사가 직접 브랜드이미지 디자인에 참여할 정도로 든든한 캐시카우이자 효자사업으로 꼽힌다.
지난 19일 경북 김천역에서 차로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효성 스판덱스 공장은 제품 출하를 위한 포장 작업이 한창이었다. 구미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40%는 수출되며 60%는 내수용으로 판매된다. 제품 포장 전 최종 검수를 맡은 여직원들은 꼼꼼하게 불량 여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실 형태의 스판덱스를 나일론과 섞어 직조하면 신축성이 강한 원단이 된다. 이를 원단업체가 구매해 가공한 뒤 나이키, 아디다스, 아레나 등 글로벌 업체에 판매하는 구조다.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착용하는 속옷이나 기능성 의류, 수영복 등에 효성이 만든 '스판덱스'가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스판덱스 가격은 kg당 1만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kg당 1500~2000원에 불과한 일반 폴리에스터 원단과 비교하면 '황금알'인 셈이다.
연면적 4만691㎥(1만2309평)의 구미 스판덱스 공장은 연 2만4000톤의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다. 구미 스판덱스 공장에서만 지난해 1500억원 이상의 연매출이 발생했다. 공장 곳곳에는 세계 1등 브랜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사진과 샘플 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이계효 스판덱스PU 품질보증팀 팀장은 "무엇보다 고객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품질 검증에 심혈을 기울인다"며 "공장 내에 원단 직조기계를 갖추고 끊임없이 품질을 확인해 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고 말했다.
스판덱스(Spandex)는 기존 고무실에 비해 약 3배의 강도를 가진다. 원래 길이의 5~8배로 늘어나며 원상 회복률이 97%에 이를 정도로 신축성이 좋다. 속옷과 수영복, 스타킹, 기저귀 등 거의 모든 의류에 사용될 정도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움직임의 '피로도'를 줄여주는 특성 때문에 최근에는 대부분의 아웃도어 의류에 적용되고 있으며 시장이 커지고 있는 성인용 기저귀 시장과 산업·의료용 시장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처음부터 '스판덱스'가 잘 나갔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00년 효성이 처음 구미공장에서 스판덱스 상업생산을 시작했을 때 붙여졌던 프로젝트명은 'Q-6'였다. Q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과 기대를 담은 'Question'의 앞글자다. 그로부터 10년 후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듀폰을 제치고 후발주자로서 역전승을 이뤄냈다. 처음 스판덱스를 생산했던 안양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 설비를 스크랩했던 것을 후회할 정도다.
구미공장은 중국, 베트남, 터키, 브라질 등 대륙별 글로벌 생산기지들의 '마더 플랜트' 역할을 하고 있다. 구미 공장은 해외 각 거점 공장들에 전수할 기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도 구미 공장에는 생산기술과 노하우를 배우러 온 해외 공장 인력들이 교육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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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의 구미 스판덱스 공장 내부.© News1 |
구미공장은 해외공장에서는 아직 만들지 못하는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을 담당하고 있다. '크레오라'의 서브 브랜드는 총 9개로 염소에 의해 쉽게 마모되지 않아 수영복에 주로 적용되는 '크레오라 하이클로'가 판매량이 가장 많다. 이외에도 기저귀의 신축성을 강화해 위생용품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크레오라 컴포트'와 원단 제조업체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해주는 '크레오라 에코 소프트'도 인기 제품이다. 효성은 시장 선도자로서 프리미엄 제품을 확대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고객사에 보다 완벽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원단을 직조하는 환편기와 기저귀 제작기계 등을 공장 내 구비해 놓고 직접 시제품을 만든다. 이를 통해 효성의 '크레오라'를 적용한 원단과 기저귀 등의 품질을 시험한다.
앞으로의 숙제는 중국 등 후발업체의 저가제품과 차별되는 고기능성 제품 개발이다. 베트남과 중국 공장에서 근무하다 구미 공장장으로 부임한 배인한 상무는 "기존 의류용 시장 뿐 아니라 산업용과 의료용 시장도 커지고 있다"며 "경량화와 향균·소취 등 기능 강화에 주력하고 가격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위한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와있다"며 "이 기술을 대중화할 수 있는 가격경쟁력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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