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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은 '이슈추적'을 통해 정치, 경제, 사건사고, 항만, 유통 등 부산 지역의 각종 문제를 심층 보도한다. 이번 순서는 부산에 밀집한 성인오락실이다. 전직업자 2명으로부터 성인오락실의 불법 운영 실태를 들어봤다./편집자註
1. 지난 7월9일 부산 중구 남포동 한 상가건물 지하에서 불법오락실 영업을 통해 1억2000여만원의 부당이익을 거둔 혐의로 이모(62)씨가 구속됐다. 사행성 게임기 120대를 설치해 손님들에게 게임점수를 환전해주는 방식으로 단 두 달만에 1억원이 넘는 부당이익을 거둔 혐의다.
2. 지난달 31일에도 부산 금정구에서 속칭 '바지사장'을 내세운 불법 사행성 오락실 영업을 통해 1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김모(50)씨가 구속됐다. 역시 게임기 40대를 설치한 뒤 손님이 획득한 게임점수를 현금과 교환해 주는 방식이었다.
부산 일대는 물론 대전, 충남 등 전국 각지에서 불법오락실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경찰의 집중단속으로 한 풀 꺾이긴 했지만, 3~6개월만 운영해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업종이라 암암리에 지속되고 있다.
◇불법오락실 전직업자 A씨 “가산탕진의 지름길”=5일 오후 7시 부산 남포동 BIFF(부산국제영화제) 광장 인근 골목 카페에서 만난 전직 업자 A씨는 “부산 경찰의 집중단속으로 불법오락실 업주들이 불안을 느끼면서, 불법 영업이 다소 줄긴 했지만 여전히 성행 중”이라고 말했다.
A씨는 “주간에는 시간당 1만원짜리 합법 영업을 한다. 주로 1층이다. 하지만 야간에는 오락실 2층이나 지하 같은 곳에 철문을 달아놓고 한다. 혹은 셔터를 내리고 손님들을 모집해 시간당 5만~10만원짜리 사행성 영업을 한다”고 말했다.
낮에는 생활질서계 소속 경찰들이 자주 방문하기 때문에 경찰의 퇴근 시간에 맞춰 저녁 6시나 7시에 불법 게임으로 전환, 운영한다는 것.
그는 “남포동이나 서면 등 부산에는 아직도 성인오락실이 많은데 경찰당국이나 업자들 말처럼 환전이 안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환전상이 있다. 시간당 1만원 짜리라고 하더라도 10시간이면 10만원이다. 돈 따려고 오락실에 가는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환전 안되면 장사도 안된다”고 말했다.
A씨는 “성인오락실 불법 영업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경찰 2명을 알아야 일을 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업계에선 이를 ‘관작업’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 불법오락실에는 바람잡이들도 있다. 업주들은 단속을 피하고, 단속에 걸려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바람잡이들을 쓴다.
그는 “일명 ‘깜깜이차’에 태워 바람잡이들을 부른다. 깜깜이차에 타면 밖이 하나도 안보인다. 오락실 손님 30%가 바로 바람잡이다. 일반 손님들이 ‘환전을 어디서 하냐’고 물으면, 오락실 관계자들은 모른다고 할 거다. 그때 옆에 있던 손님이 ‘어디로 가면 환전상이 있으니 바꾸라’고 얘기한다. 바람잡이들은 3만~5만원씩 일당을 받는다”고 말했다.
A씨는 단언했다. “단 한 사람도 돈 못따간다. 많게는 수천만원씩 잃고 가산탕진하는 사람들이 넘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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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부산 남포동 BIFF(부산국제영화제) 광장 인근 골목에 있는 한 성인게임장의 문이 닫혀있다. © News1 | ◇큰사장, 기계사장, 바지사장, 문빵···“최소 10여명 연관”=불법오락실에서 7~8년간 일했던 ‘전직 부장’ B씨는 오락기 50대를 기준으로 17명이 일한다고 설명했다. 큰 사장, 기계사장, 바지사장, 부장 2명, 주·야간 홀 아르바이트 6명, 환전책임자 2명, 문빵(문지기) 2명 등이다.
‘큰 사장’은 동네 유지나 조직폭력배들이다. 건물주인 그들은 영업장만 빌려준다. 경찰의 불시 단속으로 오락기가 압수처리가 되더라도, 일명 기계사장을 새로 영입하면 불법오락실을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 대신 ‘기계사장’이 대당 200만~250만원짜리 오락기가 압수되면 큰 피해를 본다. 하지만 단기간에 벌어들이는 수익이 막대해 줄을 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바지사장’은 불법영업을 하기 전 성인오락실 허가를 위해 영입되는 인물이다. 서류, 인테리어 등 타당성을 갖춰 구청이나 한국전력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사업자등록증을 따내야 한다. 전과 등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바지사장이 나선다.
‘부장’은 게임장 운영책임자다. 부장이 불법오락실 영업의 핵심이다. 경력이 많은 부장은 300~500명 가량의 개인 손님 연락처를 가지고 있다. 사행성 영업장이 개장하면, 개인 손님들에게 연락해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문빵’은 게임을 마친 손님들이 오락실 밖으로 나오면, 환전상을 알려주거나 손님을 가려 출입시키는 역할을 하는 문지기다. 경찰 차량의 번호나 생활질서계 경찰들의 얼굴도 훤히 알고 있다. 환전상들은 ‘문빵’으로부터 지시받은 게임방이나 골목 등으로 이동하며 환전 업무를 한다.
B씨는 “경찰 단속이 심해져 월급제는 못하고 일당으로 운영한다. 큰 사장과 기계사장은 하루 100만~2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씩 가져간다. 바지사장은 일당 15만원 선이다. 구속될 경우 변호사 비용은 물론 생활비조의 영치금을 월 150만원 책정해 놓고 있다. 형을 살고 나오면 수고비조로 1000만~2000만원을 준다”고 말했다.
부장은 일당 10만~15만원, 아르바이트는 7만~8만원, 환전책임자는 15만~20만원, 문빵은 15만원 선을 받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얽히고설킨 그들만의 ‘생존 지도’다.
그는 “3~6개월 정도가 불법오락실의 수명이다. 단속만 잘 피한다면 1~2년 정도 운영이 가능하다. 또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손님 구하기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불법오락실 2중 철문, CCTV 등 불법개조 필수=전직 업자 A씨와 B씨에 따르면, 바지사장을 통해 합법적인 허가를 받은 성인오락실은 행정절차가 마무리된 뒤 불법영업장으로 개조된다. 실내개조, 프로그램 개조, 환전 등 3가지 유형이다.
B씨는 “먼저 실내개조부터 시작한다. 이중문, 밀실, 잠금열쇠와 같은 개조 등 철저히 비밀리에 운영하기 위해서다. 프로그램 변조도 한다. 수동으로 조작하는 방법과 리모컨 등 자동조작으로 나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불법 오락실의 프로그램 추세는 구글에서 허가받은 게임의 판권을 산 뒤 태블릿 PC를 오락실 기계에 연결해 설치하는 것이다. 한 달 내에만 구글 앱 등급심사를 받으면 되고, 해외 앱은 등급심사 전에도 이용이 가능하다는 허점 때문이다.
전체이용가 등급을 받은 오락기에 USB를 꼽아 게임을 변경하는 방식도 있다. USB에는 실행프로그램이 깔려 있는데, 일반 컴퓨터에 꽂으면 ‘악성코드’로 읽히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부산 경찰 생활질서계 관계자는 시연을 하며 “악성코드가 아니다. 업자들이 일부러 악성코드로 읽히게끔 설정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깔고 게임을 하다가, 전원을 껐다가 켜면 다시 전체 이용가 등급의 정상게임기로 바뀐다”고 말했다.
전직업자 A씨는 “철문을 달고 ‘문빵’을 세우는 건 단속 때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시간을 끄는 동안 업자들은 프로그램을 셋팅해 놓는다. 정밀 조사를 해야만, 불법 게임의 증거가 나온다. 영장 없이 쳐들어왔다가는 경찰이 당하는 거다. 정상 영업했는데 왜 단속하느냐고 잡아 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돼도 통상 재판 2년···그 사이 ‘수십억대 이익’=경찰은 이렇게 불법오락실을 단속하고도 어려움을 겪는다. 확실한 물증을 잡기 위해서는 게임기관리위원회의 검증과 도움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경찰은 게임장 영상을 찍어 불법사실을 채증해 게임물관리위원회로 보내고, 게임관리위에서 검증을 하기 시작한다.
이후 게임관리위가 단속을 해도 된다고 회신하면, 그제서야 영장을 들고 게임물관리위 조사관들과 함께 출동해 개변조 감정을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오락실 업자들은 ‘정상등급분류를 받았고 정상적으로 운영했다’며 단속과 관련한 ‘취소 소송’을 제기한다. 재판 과정만 2년이 걸린다. 그나마도 건물주, 즉 조폭 등 큰 사장은 단속되지 않는다.
부산 경찰 관계자는 “재판에만 2년이 걸린다. 그 사이 업자들은 또다시 영업을 해 수십억원을 마련한다. 그 돈으로 소송을 위한 변호사비를 댄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주도 함께 처벌해야 한다. 세를 내준 곳에 임의적으로 빗장을 걸어 잠그고, 불법 사행성 게임이 운영되고 있다면, 함께 처벌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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