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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0-01 07:30
"김훈 책에 왜 냄비를 끼워"…문학동네 냄비 사은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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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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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책 판매량과 상관없는 '베스트셀러' 순위...이걸 믿고 보라고?
"김훈 정도의 작가가 쓴 책에 왜 냄비와 라면까지 사은품으로 해야 했나 의문이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김훈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의 예약판매를 받으면서 양은냄비와 라면을 끼워주는 이벤트를 벌여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과도한 금액의 사은품으로 도서정가제의 취지를 흐린데다 사은품의 품격에도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학동네는 지난달 교보를 포함해 대형 온라인서점 5곳에서 예약판매 시작일인 16일부터 29일까지 ‘라면을 끓이며’를 예약구매한 사람에게 '김훈 작가 친필 사인본, 마음의 허기를 채워줄 '김훈 문장 양은냄비', 김훈 작가가 즐겨먹는 '라면'을 준다'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김훈 작가가 즐겨먹는다는 라면의 상표가 그대로 드러난 광고는 나중에 끓인 라면으로 대체됐다. 이 이벤트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준비된 1800개의 양은냄비와 1800개의 라면은 이틀만에 동이 났고 그후 원고지노트를 주는 것으로 사은품이 대체됐다. 문학동네는 “이벤트가 시작된 9월16일 저녁6시부터 9월18일 저녁6시까지 48시간 만에 종료되었다”고 밝혔다.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는 절판된 책들인 '밥벌이의 지겨움'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바다의 기별' 등의 산문집에서 좋은 글을 가려 뽑고 그후 새로 쓴 원고 400매가량을 합쳐 묶어낸 책이다. 사은품으로 나온 냄비의 뚜껑에는 "아,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친구들아,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무슨 도리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는 책 속 문구와 책제목, 표지 이미지로 쓰인 김훈의 얼굴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이 이벤트는 시작부터 ‘재미있다’는 평가와 함께 김훈 작가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것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훈 정도의 작가라면 끼워넣기 하나 없이 오로지 책 하나로만 독자와 만나도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어떤 누리꾼은 “양은냄비에 라면 끓여서 이 책을 라면받침으로 쓰라는 거냐”고 비판했다.
일부 댓글들은 "아놔 ㅋㅋㅋㅋ 나 김훈 에세이 안궁금한데, 살 생각 없는데, 저 냄비 어쩔ㅋㅋㅋㅋ냄비 갖고 싶다", “양은냄비가 뭐라고, 신라면이 뭐라고...충동구매해버렸다”라면서 사은품으로서 양은냄비의 유혹이 실제로 강력했음을 시사했다.
출판사의 마케팅 행태에 대한 비난도 일었다. '숲노래'라는 아이디의 알라딘 블로거는 “독자를 헤아리려는 대형출판사라고 한다면 전국에 있는 독자가 작가를 만날 수 있도록 '전국순회공연+전국중소책방 독자 사인회'쯤 마련해야 비로소 책장사다"면서 "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한국에 있는 대형출판사는 출판사이기보다는 냄비장사나 라면장사 쪽으로 기울어진다”고 꼬집었다.
한 출판전문가 역시 “인터넷서점에서 이벤트를 벌이는 데 돈을 쓰기보다 그 돈으로 책값을 내려 중소서점까지 포함해 혜택을 입도록 했어야 마땅하다. 과도한 이벤트 물품으로 도서정가제의 취지를 짓밟은 데다가 아무리 책 제목이 그렇다고 해도 출판사가 책에 라면과 냄비를 끼워 판 것은 중견 작가의 위신을 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면 하나는 시중에서 최소 500원 이상, 양은냄비는 가격이 다양하지만 보통 수천원에 달한다. 문학동네는 공짜로 준 것이 아니라 마일리지 500원 차감이고 원가에 상응하는 비용으로 싸게 산 거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이벤트가 도서정가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도서정가제에 따르면 책값의 10%에 한해 가격할인, 5%에 한해 경품, 마일리지, 상품권 등을 줄 수 있어 1만5000원인 ‘라면’은 1500원의 가격할인과 750원의 마일리지 및 사은품 등이 가능하다.
이번 이벤트에서 사은품을 원한 독자는 750원 중 500원의 마일리지가 차감된다. 750원의 한도내라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구입단가에 대해서도 문학동네는 "대량구매라서 제조 원료에 상응하는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했다"고 밝혔다. 독자 입장에서 500원에 양은냄비와 라면을 모두 살 수 있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 출판 전문가는 “문학동네가 출판사가 아니라 냄비회사나 라면회사라고 해도 500원에 냄비와 라면을 모두 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훈 작가는 '이벤트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뉴스1의 질문에 "출판사에 물어보라"고 대답했다. 문학동네에서는 이벤트에 대해서는 김 작가와 상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라면을 끓이며'는 이 외에도 이벤트 광고에 쓰인 문구로도 물의를 빚었다. 김훈 작가의 말인 것으로 인용된 "이 책('라면을 끓이며')의 출간으로 앞에 적은 세 권의('밥벌이의 지겨움' 등등) 책과 거기에 남은 글들은 모두 버린다"는 말에 대해서 일부 누리꾼들은 "세 권의 책은 절판됐지만 아직 중고 책으로 유통되고 있는데 당시 그 책을 산 사람들과 지금 중고라도 사는 사람들은 뭐가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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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라면을 끓이며' 이벤트 페이지와 결제 내역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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