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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0-25 11:00
인간복제기의 고백…"천경자·이우환 위작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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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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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당 200만원 받고 진품과 똑같이 그려…"현대 미술품 독특한 기교 없어"
최근 별세한 천경자 화백을 생전 가장 힘들게 한 건 '미인도'의 위작 논란이었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에 걸린 미인도가 자신의 작품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절필한 후 1991년 미국으로 떠났다.
원로화가 이우환의 작품도 위작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20일 이우환 화백의 위작을 유통한 혐의로 모 화랑을 압수수색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술계에서 이처럼 위작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음성적인 위작 시장이 있다는 의미다. 또 시장이 있다는건 위작을 그리는 화가들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이 위작을 그리며 그들은 얼마나 벌까. 이에 위작에 참여한 적이 있다는 화가 한 사람을 수소문해 전화로 인터뷰했다.
2010년경부터 2년간 미술품 위작을 만든 경험이 있다고 밝힌 이 화가는 지난 23일과 24일 뉴스1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아무리 대가라 해도 현대작가인 천경자·이우환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베끼기 쉽다"며 "작품 자체를 똑같이 위조하는 것보다 물감의 변색 등 오래된 세월의 흔적을 속이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의 모 미술대학을 졸업했다는 그는 "창작활동을 계속 해왔으나 결혼 후 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등 생활고를 겪으면서 위작 의뢰의 유혹에 넘어갔다"며 "위작을 제작하면서 계속 자괴감이 시달렸고 제작비를 더 올려달라는 요구를 거절당해서 관계를 끊었다"고 위작 제작에 참여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천경자·이우환의 작품이 위조하기 쉬운 이유로 "작가의 작품 세계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미 만들어진 현대 미술품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옛날 미술품과 달리 따라하기 힘든 독특한 기교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미술품 평가사들은 붓질의 흔적과 물감의 종류 등을 갖고 작품의 진위를 감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내가 했던 위작의 영역은 그림에 들어간 작가의 고유한 붓질까지 똑같이 살려내는 것"이라고 했다. 또 "작가가 쓰던 물감 등을 외국에서 사오거나 진본을 고해상도 디지털카메라 찍어오는 일 등은 위작 의뢰를 맡긴 조직에서 제공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어 "조직은 내가 완성한 위작을 가져가서 다른 전문업자에게 물감의 변색 등 세월의 흔적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맡겼다"며 "처음 관여할 때부터 결별할 때까지 조직원 중 한 명과 접촉했기 때문에 전체 규모나 위작을 어떤 식으로 유통하는 지는 지금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이다.
-위작을 언제 만들었나? ▶2010년부터다. 내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지인의 친구가 접근했다. 그의 의뢰에 따라 위작을 약 2년간 만들었다.
-천경자나 이우환의 작품을 위작했나? ▶나는 아니다. 의뢰를 받은 다른 작가의 작품을 베꼈다. 천경자나 이우환을 위작하지 않았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위작하기는 쉽다. 작가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미술품일수록 무에서 유를 만드는 과정이 어렵다. 즉, 맨 처음 그려내는 것이 어렵다. 이미 만들어진 현대 미술품에는 지폐나 동양화처럼 따라하기 힘든 독특한 기교가 거의 없다. 그리고 두 작가 모두 전체 작품 스타일이 비슷비슷해서 한번 연구해서 익혀놓으면 위작하기 쉽다.
-위작한 다른 작가는 누구누구였나? ▶작품 수는 많았지만 한 작가의 작품이었다. 익숙해지니까 의뢰가 없어도 혼자 그 작가의 작풍으로 데생을 그리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고성능 인간 복사기가 됐다.
-그 작가가 누구인가? ▶밝힐 수 없다. 다만 경매에서 비싼 가격을 팔려나가는 작품의 작가다.
-어떤 방식으로 위작했나? ▶처음에는 도록(작품사진책)을 주더니 위작을 만들라고 요구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테스트였다. 이후부터 몇 작품은 진본과 똑같이 그렸다. 그다음에는 진본과 조금씩 다르게 그렸다. 나에게 의뢰한 조직에서 물감과 모든 물품을 제공했다. 위작이 완성되면 가져갔고 돌려주지 않았다.
-위작이 진본과 다르다? ▶작가마다 고유한 화풍이 있다. 그게 익숙해지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2가지 형태로 위품을 제작했다. 먼저, 진품이 새와 나비가 날아다니는 꽃 그림이라면 새를 빼고 나비를 더 그려넣는 방식이다. 다른 방식은 진품이 그려지기 전 단계까지 완성하는 것이다. 진품이 유화라면 밑그림 형태인 데생까지만 완성해놓는다.
-왜 그렇게 만드나? ▶작가가 사망한 경우 미공개 작품으로 둔갑시키기 위해서다. 똑같이 모방하는 위작보다 훨씬 비싸게 팔린다고 들었다.
-위작은 얼마에 팔리나? ▶나도 모른다. 다만 언론이나 주변에서 떠도는 얘기를 듣고 나도 놀랐다. 내가 받는 돈이 푼돈이라는 것을 알고 배신감이 들었다.
-위작을 만들고 얼마를 받았나? ▶테스트 위작부터 1작품당 200만원을 받았다. 나한텐 아주 큰 돈이라서 그들에게 고마웠다. 그러나, 위작을 만들면서 내가 바뀌었다. 위작이 비싸게 팔린다는 것을 알고 돈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그들이 거절했고 연락이 끊겼다.
-전체 조직의 규모는? ▶모른다. 처음 관여할 때부터 결별할 때까지 조직원 중 한 명과 접촉했기 때문에 전체 규모나 위작을 어떤 식으로 유통하는지를 나도 추측만 할 뿐이다. 이들은 내가 완성한 위작을 가져가서 물감의 변색 등 세월의 흔적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다른 전문업자에게 맡겼다. 위작을 유통하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 화랑이 결부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다른 위작 작가를 알고 있나? ▶모른다. 다만 돈 문제로 조직과 싸울 때 "다들 머리가 굵어지면 말을 안 듣는다"고 하더라. 나에게만 제작을 의뢰하진 않은 듯 싶다.
-다른 유혹은 없었나? ▶없었다. 위작을 제작하면서 계속 자괴감이 시달렸다. 관계가 끊어지고 나서 후유증이 심했다. 내가 위작한 작가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마음을 졸였다.
-많이 괴로웠나? ▶내 작품을 완전히 접었다. 그전에는 돈이 없어도 즐겁게 살았는데 더이상 위작을 만들기 전으로 못 돌아간다. 결혼 후 병원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만 아니었다면,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았을 거다. 후회한다.
◇ 이우환 화백 위작 논란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20일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이우환 화백의 작품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의 위작으로 추정되는 10점을 유통시킨 혐의로 인사동 A화랑 대표 김모(58·여)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고, 일본에 체류 중인 위조책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이 화백의 위작이 떠돈다는 소문은 이미 2~3년 전부터 미술계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위작을 만든 조직 내부에서 이권을 놓고 갈등이 생겨서 지난 6월 경찰에 투서가 들어가면서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기사 - 경찰, 이우환 화백 위작 유통한 인사동 화랑 수사
◇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
고 천 화백이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미인도에 대해 위작 의혹을 제기했으나, 미술관 측이 진품이라고 해명했고 실망한 천 화백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일단 논란이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1999년 한 위조범이 고서화 위작 및 사기로 구속되면서 "화랑을 하는 친구의 요청에 따라 소액을 받고 달력 그림 몇 개를 섞어서 '미인도'를 만들었다"고 증언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다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에 작품 감정을 의뢰했고, 한국화랑협회에서는 진품이라는 감정을 내렸다.
천 화백은 이 과정에서 '자기 그림도 몰라보는 작가'라는 비난을 듣는 등 엄청난 정신적 고초를 겪었다. 현재 '미인도'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고에 보관돼 있고 유족의 요청에 따라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 별세 천경자 화백에게 상처…'미인도 위작 논란'은?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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