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월 일어난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피해자 고 박수연양의 사진이 공개됐다. 2001년 2월 4일, 전남 나주 드들강에서 스타킹만 신은 채 한 여성의 익사체가 발견됐다. 피해자는 당시 고3 진학을 앞두고 있었던 박수연(당시 17세) 양. 사건 당시 시신에서 정액이 발견돼 용의자로 특정될만한 200여명을 대상으로 DNA 조사를 벌였지만 아직까지 미제로 남아있다. (박양 어머니 제공) © News1>
檢, DNA 일치 용의자 찾고도 불기소 처분 '논란'
"무기수 용의자 법정에 세워야"…증거부족에 경찰 재수사 '난항'
사건의 충격으로 아버지도 결국 자살…가정 풍비박산
아침에 일어나보니 학교에 가야 할 딸이 보이지 않았다. 큰 일이 일어났다는 직감이 들었다. 나주에서 여자 사체가 발견됐다는 TV 뉴스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리나케 달려갔다. 그 곳에 딸이 있었다.
HOT의 강타를 좋아했던 꿈 많던 소녀는 그렇게 미제 살인사건의 비극의 여주인공이 됐다.
14년전 발생한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김모(38)씨에 대해 경찰이 재수사에 돌입한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피해자의 어머니는 "김씨를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의 피해자 고 박수연(당시 17세)양의 어머니 최모(58)씨는 19일 뉴스1과 만난 자리에서 "어떻게 여자의 중요부위에서 DNA가 검출됐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이 강간살해 용의자인 김씨를 불기소 처분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 같이 울분을 토로했다.
최씨는 "우리처럼 힘 없고, 빽 없는 사람은 계속 이렇게 당하고 살아야 하는가 생각했다"며 "못난 엄마라서, 부족한 엄마라서 수연이한테 너무 미안하고 또 부끄럽다"고 한탄했다.
이어 "무기수인 김씨가 가석방을 받기 위해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 같다"며 "길 가는 누구한테 물어보더라도 김씨가 범인인데, 왜 검찰만은 김씨가 범인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이유라도 속 시원하게 설명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최씨는 "이 사건의 충격으로 (박양의) 아버지도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어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며 "과연 우리 가족을 어디까지 힘들어야…" 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또 "김씨가 '성관계는 있었지만 죽이지는 않았다'고 주장하며 우리 수연이를 욕보이고 있다"며 "그 주장을 받아들인 검사님이 죽은 딸과 남편을 결국 두번 죽게 했다"고 검찰 수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최씨는 박양의 앨범을 보여주며 "뉴스1의 보도로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죽은 딸과 남편의 한을 풀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기자의 두손을 꼭 잡았다.
딸의 사진을 보던 최씨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한편 검찰이 성폭행을 당한 뒤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여고생의 몸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하는 용의자를 불기소 처분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뉴스1의 단독 보도<2월18일자>와 관련, 경찰이 재수사에 돌입했지만 사건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을 재송치 하기 위해서는 직접 증거가 필요한데, 사건이 발생한 지 오래돼 특별한 목격자나 증거가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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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2월 일어난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피해자 故 박수연양의 사진이 공개됐다. 사진은 박수연양이 어릴적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 박양이 살해되고 그 충격으로 박양의 아버지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박양 어머니 제공)2015.5.20/뉴스1 © News1 신채린 기자 |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01년 2월 4일 새벽.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 유역에서 여고생이던 박수연(당시 17세)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박양은 발견 당시 성폭행 당한 채 벌거벗겨져 강에 빠져 숨져 있었다. 목이 졸린 흔적은 있었지만 사인은 익사였다.
경찰은 곧바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들었다.
박양이 사건발생 전날 밤 11시30분께 두명의 남자와 있는 것을 본 A(당시 17세)군이 유일한 목격자였다. 이른바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으로 명명된 이 사건은 당시 광주에 살던 박양이 어떤 경로로 나주에 가게 됐는지에서부터 모든 것이 미스터리였다.
미제사건으로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던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은 그러나 사건 발생 10년이 지난 2012년 9월 전환점을 맞게된다.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돼있던 A양의 중요부위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용의자는 현재 목포교도소에서 강도살인 등의 죄명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김씨로 확인됐다. 게다가 김씨는 사건 당시 박양의 집 인근에서 거주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람들은 진범이 잡혔고 미제사건이 해결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씨를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박양 시신에서 김씨의 DNA가 발견되는 등 명확한 증거가 있었지만 범행을 부인하는 용의자 김씨와 목격자의 진술만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검찰 관계자는 "박양을 마지막으로 목격했던 A군이 (김씨가) 범인이 아닌 것 같다고 진술한 점과 김씨가 부인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3년 전에 그것도 딱 한번 어두운 밤에 만났던 목격자의 진술이 불기소처분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 남는다.
법조 관계자는 "정황증거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한 성관련 범죄에서 이 정도의 증거(중요부위에서 발견된 DNA)를 증거불충분으로 판단했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수사에 참여한 경찰은 "김씨가 무기수이기 때문에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경찰이 검찰의 처분에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사건은 2016년 2월 3일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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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전 발생한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피해자 故박수연(당시 17세)양. (박양 어머니 제공)2015.5.20/뉴스1 © News1 신채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