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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0-15 02:17
눈산조망대/ 화석 밭의 金華中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359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화석 밭의 金華中

 
중학생 시절에 ‘케 세라, 세라’라는 미국 팝송이 크게 유행했었다. 가수 이름이 도리스 데이여서 미국인들 중엔 ‘낮(Day)’씨도, ‘밤(Night)’씨도 있나보다고 생각했었다. 그 후 60여년이 지나 ‘실버학생’이 된 뒤 또 다른 ‘낮’씨를 알게 됐다. 오리건주 동북부 산간오지에 자리 잡은 1800년대 금광촌에 자기 이름을 붙여준 존 데이(John Day)라는 신비스런 남자다.

존 데이의 이웃 마을 데이빌도 그의 이름을 땄다. 이 지역을 관통하는 큰 강인 존 데이 리버와 그 4개 지류도, 콜럼비아 강의 존 데이 댐도, 아이다호주의 데이스 리버(현재는 리틀 로스트 리버)도 그의 이름을 땄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석지대인 ‘존 데이 화석 밭 국립 기념지(John Day Fossil Beds National Monument)’에도 그의 이름이 붙어있다.

대단한 사람이었을 것 같은 존 데이가 자기 이름이 붙은 이들 장소를 지나갔다는 기록은 이상하게도 거의 없다. 버지니아 태생인 그는 1810년 모피상 사냥꾼으로 채용돼 서부로 오다가 인디언들에 강도당해 알몸이 됐고, 다른 사냥 팀과 합류해 서부 오리건으로 왔다가 2년 뒤 동부 귀환길에 정신이상자가 돼 숲속을 방황하다가 40대에 죽은 것으로 돼 있다.

존 데이 마을엔 특별히 관심 끄는 명소가 있다. Kam Wha Chung & Co.’ 박물관이다. 영어로는 ‘Golden Flower of Prosperity’지만 원래는 ‘金華中藥店 歷史地點’이다. 허름한 이 건물은 19세기말 골드러시 바람을 타고 이곳에 몰려온 중국인 ‘쿨리’ 1,000여명의 수퍼마켓 겸 한약방이자 사당과 공회당 역할까지 해냈으며 2005년 전국 역사건물로 지정됐다.

금화중약점은 한의사인 잉 헤이와 ‘천재 사업가’인 렁 온이 합작해 세웠다. 중국 광동성 출신인 이들도 노다지를 캐려고 처자식을 남겨두고 태평양을 건너왔지만 금보다 장사가 더 유리함을 간파했다. 이들은 그 지역의 흔한 돌로 지어진 모피상 거래소를 매입해 1887년 금화중약점을 개업하고 쌀, 된장, , 공구 등 생필품을 팔면서 쿨리 환자들도 치료했다.

헤이의 신통한 진맥의술은 금세 미국인들에게도 알려져 고객이 크게 늘어났다. 당시 치사율 1위였던 혈액중독 환자들이 헤이의 한약을 먹고 모두 완치됐고 오리건주민 3,500여명이 독감으로 죽은 1919년에도 헤이의 환자 중엔 사망자가 한명도 없었다. 미국의학협회가 헤이를 무면허로 고발했지만 그랜트 카운티 배심은 “그의 실력이 곧 면허”라며 일축했다.

콜럼버스 데이에 존 데이를 불원천리 찾아간 건 광대하게 펼쳐진 ‘화석 밭’ 구경이 목적이었다. ‘채색 언덕(Painted Hills),’ ‘양 바위(Sheep Rock),’ ‘말뚝 바위(Clarno)’ 등 3곳으로 구분됐다. 금년 초 무장 민병대가 점거했던 말허 국립 야생보호지도 지척이다. 민병대원들은 존 데이 주민 모임에 참석하러 올라가다가 경찰에 체포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오리건주의 ‘7대 경이’ 중 하나인 ‘채색 언덕’은 각기 다른 식물과 토양이 4,000만년간 차곡차곡 쌓여 무지갯빛 층을 이뤘다. 연두색이나 황갈색만의 구릉들도 있다. 차로 한 바퀴 돌며 구경해도 좋지만, 짧은 트레일을 걸으며 보는 게 더 좋다. 빨간색 흙 구릉들이 둥글둥글 모여 있는 ‘페인티드 코브’와 나뭇잎 화석파편이 흩어진 ‘리프 힐’이 특히 이색적이다.

장엄한 쉽 록 산 아래 자리한 토머스 컨든 고고학센터(박물관 겸 방문자 센터)는 꼭 들러야 한다. 화석들이 동물의 진화과정을 보여준다. 말도 원래 발가락이 있었다. 북미주 말은 1만년전에 멸종됐고 현재의 말은 유럽에서 이민 왔다. 인근의 광활하고 유서 깊은 제임스 캔트 목장과 특히, ‘불루 베이진’산에 치솟은 회청색 구멍투성이 바위 봉우리들도 볼만하다.

해가 뉘엿뉘엿할 무렵 마지막 목적지 클라르노 바위를 둘러보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시애틀까지 지름길도 400마일이 넘는다. 존 데이 화석 밭이 14,000에이커나 돼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제대로 구경하려면 23일 일정으로, 그것도 해가 긴 여름철에 오는 게 좋다. 밤중에 7시간 운전할 일이 걱정됐지만 ‘케 세라 세라’를 흥얼거리며 산길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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