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 회원가입 | 2024-04-24 (수)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2021년 1월 시애틀N 사이트를 개편하였습니다. 열람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2021년 이전 자료들을 확인 할수 있습니다.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작성일 : 17-09-23 11:21
눈산조망대/ 똑같은 낮밤 길이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6,544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똑같은 낮밤 길이
 
해가 엄청 짧아졌다. 얼마 전까지 출근길(새벽 6)에 선글라스를 끼고 운전했지만 지금은 헤드라이트를 켜야 한다

주말 산행지가 먼 곳의 험산준령이면 하산중 해가 저물 것에 대비해 손전등과 헤드 플래시를 챙긴다. 지구의 북쪽 상단에 자리한 시애틀은 여름철엔 해가 길어 밤 9시에도 테니스를 칠 수 있지만 가을로 접어들면서 해가 눈에 띄게 짧아진다.

하지만 아직 낮이 밤보다 짧아지진 않았다. 낮밤의 길이가 똑같은 날은 연중 922일경의 추분(Fall Equinox) 321일경의 춘분(Spring Equinox) 이틀뿐이다. 어제가 그 추분이었다. 일출은 해가 수평선 위로 머리(중심이 아님)를 내밀 때, 일몰은 해가 완전히 수평선 아래로 사라질 때가 각각 기준이므로 추분날도 실제 낮 길이는 밤보다 6~9분 더 길다.

라틴어인 Equinox는 영어의 Equal를 뜻하는 EquiNight를 뜻하는 Nox의 합성어다. 밤의 길이가 (낮과) 똑같다는 의미다. 이미 로마제국의 시저황제 때 확립된 개념이다. 추분은 가을, 춘분은 봄이 시작되는 날이다. 하지만 이는 북반구 쪽 얘기고 남반구에선 정반대다. 남반구에선 321일이 추분으로 가을이 시작되고, 9 22일은 춘분으로 봄이 시작된다.

춘분과 추분에 낮밤의 길이가 똑같아지는 이유는 태양이 지구를 적도(Equator, 중심위도)의 수직선상에서 비추기 때문이다. 지구가 23.5도 기울어져 태양을 돌기 때문에 추분 이후 위도에 따라 낮 길이가 매일 짧아진다. 마이애미(25) 1.30, LA(35) 2.08, 시애틀(47) 3.43, 알래스카주 주노(60) 5.05, 최북단 배로는 9.23분씩 줄어든다.

나라이름이 암시하듯 적도 상에 위치한 중남미의 에콰도르(Ecuador)는 일년 내내 낮밤의 길이가 12시간씩 똑같다. 이 나라의 최고봉인 침보라조 산은 지구상에서 태양과 가장 가깝고, 그 정상은 지구 중심부에서 가장 멀다(에베레스트가 아니다). 또 수도인 퀴토 인근엔 적도를 중심으로 한쪽 발을 북반구에, 다른 발을 남반구에 딛도록 한 관광명소도 있다.

추분과 춘분날엔 지구상 어느 곳에서나 낮밤의 길이가 같다. 추분 후 남반구의 낮 길이는 북반구에서 짧아진 비율로 길어진다. 북반구는 동지(Winter Solstice, 1221)에 해가 가장 짧아졌다가 점차 회복돼 춘분 때 낮밤이 같게 되고 하지(Summer Solstice, 621)에 가장 길어진다. 북극에선 해가지지 않는 날, 남극에선 해가 뜨지 않는 날이 계속된다.

지구가 23.5도 기울어졌다는 게 참 신비롭다. 그런 기울기가 없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나 낮과 밤의 길이가 에콰도르처럼 일년 열두달 똑같을 뿐 아니라 계절의 변화도 없다. 기울기가 23.5도로 고정된 건 아니다. 4만년을 주기로 22.1도에서24.5도 사이를 오락가락한단다. 역시 신비롭다. 지구뿐 아니라 다른 위성들도 일정한 각도로 기울어져 태양을 공전한다.

신비로운 게 또 있다. 추분과 춘분날에는 지구상 어느 곳에서나 해가 정동쪽에서 떠서 정서쪽으로 진다. 방향감각이 둔한 사람도 쉽게 동서남북을 가늠한다. 추분 무렵의 보름달은 더 크고, 더 일찍 뜬다. 달과 지구의 거리가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그 달이 추석 대보름달(104)이다. 서양 사람들도 이를 ‘추수의 달(Harvest Moon)’로 부르며 축제를 벌인다.

뒤늦게 인터넷에서 추분을 탐색했다가 태양계를 포함한 우주천체가 참으로 질서정연하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했다. 지구가 93억 마일이나 떨어진 태양을 억겁의 세월동안 일정한 거리와 기울기로 돌면서 낮과 밤은 물론 사계절의 변화를 정확한 주기로 반복한다. 가을 뒤에 겨울이 오는 건 누구나 예상한다. 지구가 멈추거나 옆길로 새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지구가 요즘 너무 무질서하다. 도대체 예상할 수가 없다. 엄청난 태풍이 미국 중남부와 카리브해 섬나라들을 세 차례 연거푸 박살냈다. 멕시코에선 대지진으로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LA에도, 워싱턴주 레이니어 산에도 지진이 잇따랐다.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이들보다 더 큰 재앙을 유발할 것이라고 학자들은 경고한다. 빨리 지구에서 내리고 싶다.                         


 
 

Total 330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330 눈산조망대/ 호랑이산의 원숭이 시애틀N 2016-01-06 25790
329 눈산조망대/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시애틀N 2020-01-04 18912
328 눈산조망대/ 늙기도 설워라커든 (1) 시애틀N 2020-02-02 11674
327 눈산조망대/ '노란 벽돌 길’과 ‘참깨 길… 시애틀N 2019-11-23 9090
326 눈산조망대/ ‘트럼프 왕조’가 뭔 소리? 시애틀N 2019-09-28 8928
325 눈산조망대/ 백마 탄 왕자 시애틀N 2019-10-26 8881
324 눈산조망대/ 최초 한인여기자 카니강 … 시애틀N 2019-08-31 8608
323 눈산조망대/ 상처 주는 세 마디 말 시애틀N 2017-09-09 7579
322 눈산조망대/ 마지막 눈산 등정 시애틀N 2019-06-29 7436
321 눈산조망대/ ‘피치 못할 마지막 이사 시애틀N 2019-08-24 7382
320 눈산조망대/ “바람 참 좋다” 시애틀N 2019-06-22 7325
319 눈산조망대/ 누드촌 사람들 시애틀N 2014-12-06 7124
318 눈산조망대/ 팔루스 밀밭 시애틀N 2014-07-12 7102
317 눈산조망대/ 넘어지지 마세요 시애틀N 2019-06-15 6830
316 눈산조망대/ 트럼프 판의 목사들 시애틀N 2016-03-05 6727
 1  2  3  4  5  6  7  8  9  10    



  About US I 사용자 이용 약관 I 개인 정보 보호 정책 I 광고 및 제휴 문의 I Contact Us

시애틀N

16825 48th Ave W #215 Lynnwood, WA 98037
TEL : 425-582-9795
Website : www.seattlen.com | E-mail : info@seattlen.com

COPYRIGHT © www.seattlen.com.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