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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30 19:53
눈산조망대/ 올드 랭 사인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5,314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올드 랭 사인


지금은 안 그렇겠지만 예전엔 동요 ‘반달’(푸른 하늘 은하수) 가사를 미국 팝송 ‘워싱턴 광장’ 곡조에 붙인 응원가가 인기 있었다. 가사와 곡조가 신통하게 딱 들어맞는다. 

나도 군대시절 행군하며 그 노래를 불렀었다. 그런데, 그보다 궁합이 더 잘 맞는 합성노래가 있다. 우리나라 애국가를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가락에 접목한 노래다.

실제로 그 노래는 일제 강점기시절 백범 김구 등 독립투사들이 채택한 상해 임시정부의 공식 국가였다. 우리 어머님도 그 애국가를 부르셨다. 윤치호(또는 안창호)가 작사해 당시 서양 선교사들이 중국에서 유행시킨 올드 랭 사인 가락에 맞춘 것이다.

 안익태의 '한국 환상곡'(1935년 작곡) 주제인 현재의 애국가 곡조는 1948년 정부수립 후부터 사용돼왔다.

옛날 애국가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올해 광복절 기념식에서 고령의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91)씨가 창가 식으로 불러 80여년만에 리바이벌 됐다. 이 노래 곡조는 번안가요 '석별의 정'에도 붙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디 간들 잊으리오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날 위해 축배를 듭시다…"라는 노래다.

한국뿐이 아니다. 올드 랭 사인 곡조는 수많은 나라에서 사랑 받는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는 시성 타고르 작시의 민요 '좋았던 옛 시절'에 붙었고, 네덜란드에선 국가대표 축구팀 응원가로 쓰인다. 일본 백화점에서 이 음악이 울리면 폐점시간이 임박했다는 뜻이다. 중국과 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널리 유행돼 자기네 고유음악인 줄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많은 히트영화에도 삽입됐다. 1940년 '애수'(로버트 테일러-비비안 리), 1946년 '원더풀 라이프'(제임스 스튜어트-도나 리드), 1989년 '해리가 샐리를 만날 때'(빌리 크리스털-멕 라이안)가 대표적이다. 60년대초 크게 유행한 미국팝송 'I Understand'(G-Clefs)도 올드 랭 사인이 배경음악이다. 찬송가 "천부여 의지 없어서…"(280장)도 그 곡조를 따다 붙였다.

올드 랭 사인은 스코틀랜드가 자랑하는 노래지만 스코틀랜드 사람들 중에도 그 가사 뜻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옛날 토속어로 쓰였기 때문이다. 시인 로버트 번스가 1788년 쓴 것으로 돼 있지만 그의 창작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구전돼온 민요가사를 손질한 것이다. 작곡자인 윌리엄 실드도 마찬가지다. 민초들의 노래곡조를 자기 오페라에 처음 소개했을 뿐이다.

Auld lang syne을 현대영어로 번역하면 'old long since'이다. '오래 오래 전' '흘러간 세월'을 뜻한다. 지난날들을 아쉬워하는 남녀들이 함께 '한 잔' 하며 우정을 다짐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장례식, 졸업식, 고별식 등은 물론 집회의 폐회순서에서 자주 불렸고, 자연히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해를 맞는 12월31일 자정 제야행사의 고정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을 따라 북미주로 들어온 이 노래는 1929년 가이 롬바르도 악단(로열 카나디언스)이 뉴욕 루즈벨트호텔의 제야파티에서 펼친 라이브 연주로 인기가 폭발했다. 이 곡은 롬바르도가 사망한 1977년까지 뉴욕의 새해맞이 행사 단골 레퍼토리가 됐다. 롬바르도는 'Mr. 뉴이어 이브'라는 별명을 얻었고, 덕분에 그의 레코드는 전 세계에서 1억 장 이상 팔렸다.

내가 모은 CD에도 롬바르도 악단 것을 포함한 올드 랭 사인 연주곡이 10여개 있다. 이탈리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로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이민 온 롬바르도의 연주는 달콤하지만 다른 악단 것들보다 맥빠진다. 그런 곡조의 분위기에 애국가를 붙이는 건 우습다. 안 그래도 스코틀랜드에서도 이 곡을 국가로 정하려다가 음율이 너무 애틋하다는 이유로 그만 뒀다고 했다.

하지만 제야행사 곡으로는 제격이다. 멜로디가 가냘퍼도 관중의 호응은 매우 뜨겁다. 서울의 보신각 제야행사가 종소리뿐인데도 관중이 열광하는 것과 매한가지다. 내일 밤 자정에도 뉴욕 타임스퀘어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올드 랭 사인이 연주된다. 아무쪼록 이 노래가 올 한해 세계를 뒤흔든 수많은 사고와 사건의 악몽을 넘어 희망의 무술년 새해를 불러들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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