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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1-26 18:39
눈산조망대/ 백수 운전자의 사고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841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백수 운전자의 사고
 
잘 아는 수필가 한분이 얼마전부터 문인모임에 우버를 타고 참석한다. 나이가 많아 운전하는 게 겁난다고 했다. 나보다8년 정도 연상이다. 최근 LA에서 만난 친척 누님부부도 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식당에 왔다. 가능하면 본인들이 운전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보다 4~6년 연상이다. 운전대를 놓는 노인들을 볼 때마다 내 차례도 머지않다는 비감이 든다.

자격지심이 없지도 않다. 낯선 곳을 방문할 때 가는 길은 그럭저럭 찾아가지만 돌아올 때 낭패하기 십상이다. 역순으로 가면 된다고 자신했다가 엉뚱한 곳을 헤맨다. 구글 안내를 따라가다가 같은 길을 수없이 맴돈 적도 있다. 특히 등산을 마치고 귀가 운전할 때 졸음이 쏟아진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거나 주전부리를 계속 먹고 마셔대지만 효과가 별로 없다.

지난 주 노인운전에 경종을 울리는 ‘왕실 교통사고’가 터졌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남편인 에든버러 공(필립)이 랜드로버 ‘프리랜더’(SUV)를 운전하고 가다가 마주 오는 기아 미니밴을 들이받았다. 랜드로버는 엎어졌고 미니밴은 길 밖으로 튕겨 나갔지만 필립왕자는 멀쩡했다. 미니밴의 젊은 여성운전자와 승객도 경상만 입었다. 뒷자리의 아기도 무사했다.

문제는 필립왕자의 나이다. 오는6월에 98세가 된다지만 한국나이로는 ‘백수(白壽: 99)’다. 그가 왜 경호원이나 왕실 운전사 없이 혼자서 왕궁 영역 밖으로 손수 운전하고 나왔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원래 폭주족이다. 젊어서부터 스포츠카를 즐겨 운전했다. 속도를 줄이라고 바가지 긁는 여왕마마에게 “싫으면 내리라”며 핀잔했다. 여느 부부와 똑같다.

하긴, 엘리자베스 여왕 자신도 운전을 매우 즐긴다. 18세 때 운전면허를 딴 이후 지금까지 무려 1,800만달러 상당의 자동차를 수집했다. 모두 재규어, 벤틀리, 레인지로버, 롤스로이스 등 고급 차종들이다. 1952년 즉위한 후 모든 영국인의 운전면허를 자기 이름으로 발급해준다. 하지만 본인은 운전면허나 번호판 없이 차를 운전할 수 있는 유일한 영국인이다.

노인운전은 어느 나라에서나 문제꺼리다. 지난2016년 교통사고로 부상당한 65세 이상 미국인이 20여만 명이었다. 그중 3,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노인들은 젊은이보다 조심성이 많다. 밤중이나 러시아워는 물론 날씨가 험할 때는 운전을 삼간다. 그래도 교통사고 사망률은 젊은이보다 17배나 높다. 몸이 쇠약하고 대부분 한두가지 지병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비슷하다. 65세 이상 노인의 교통사고 건수는 2008 1155건에서 2017년엔 26,713건으로 163%나 뛰었다. 사망률은51.7%, 부상률은 156.9% 늘어났다. 10년간 한국의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소폭 늘었어도 사망률과 부상률은 약간 줄었다. 하지만 노인들은 정반대 추세다. 2017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거의 절반(42%)이 노인이었다.

한국정부는 교통안전교육을 받은 노인운전자들에게 보험료를5% 할인해주지만 호응이 별로다. 부산시는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는 노인에게 ‘어르신 교통사랑 카드’를 발급해준다. 병원상점식당 등 1,500여 협약업체에서 최고 50%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호응도가 꽤 높지만 대다수 반납 면허증은 오래전 운전을 그만둔 노인들의 ‘장롱 속 면허증’이다.

노인회에서 할머니들의 인기를 독점하는 할아버지는 미남이 아니라 자동차 열쇠 소유자다. 운전면허증은 노인들의 생명줄과 다름없다. 그리스-덴마크 왕실혈통으로 퉁명스럽고 거만하다는 평을 듣는 필립왕자도 예외가 아니다. 사고를 낸 사흘 뒤 똑같은 프리랜더 새 차를 몰고 가는 모습이 찍혔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상태여서 경찰의 사후 경고를 받았다.

프리랜더는 랜드로버가 2014년까지 생산했고, 미국엔 ‘LR2’로 소개됐다 요즘의 ‘디스커버리’(LR3)가 그 후속 모델이다. 백수 필립왕자가 무사했다면 탄탄한 것 같은데 내가 넘볼 차는 아니다. 대신 탑승자 3명이 모두 중상을 면한 기아 미니밴에 관심이 쏠리지만 “자동차 열쇠 반납할 나이에 뭔 소리?”라고 할 내 집 여왕마마의 바가지를 들을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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