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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5-04 18:22
락씨 가문의 영광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5,579  
성씨 중에 말을 뜻하는 馬씨는 있지만 낙타를 뜻하는 락(駱)씨가 있는 줄은 몰랐다. 馬씨보다 더 희귀한 駱씨 가문에(그것도 중국본토가 아닌 시애틀 토박이 가운데) 이번 주 큰 경사가 났다. 駱家煇라는 사람이 이름 뜻대로 ‘락 가문의 광채’를 휘날렸다.

중국말로 ‘록 가 파이’인 駱家煇의 미국 이름은 게리 락(Gary Locke)이다. 킹 카운티 최초의 동양계 수석행정관을 거쳐 미국 역사상 최초의 동양계 주지사(워싱턴주)로 당선됐으며 연방 상무장관 재임 중 지난 9일 최초의 중국계 중국대사로 임명됐다.

연방장관이 대사로 전보되면 통상적으로는 좌천이지만 락의 경우는 대 영전이다. 다른 나라가 아니라 중국이며 옛날 중국이 아니라 세계경제 판도를 놓고 미국과 자웅을 겨루는 신흥 중국이다. 시애틀타임스 사설도 락의 발탁을 ‘현명한 선택’이라며 환영했다.

락 대사는 관운이 좋다. 민주당 최고전성기에 주지사로 당선돼 2선을 거쳤고, 거의 따 놓은 당상이었던 3선을 접고 물러났다가 민주당이 백악관을 탈환하자 연방 상무장관이 됐고, 2년여 만에 존 헌츠먼 중국대사가 사의를 표해 ‘아버지 나라’의 대사가 됐다.

관운이든 아니든 락 대사가 한인을 포함한 동양계 이민사회의 성공모델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직도 구성원들이 대부분 이민1세인 한인사회는 이민3세인 락 본인보다 그를 주지사, 장관, 대사로 키운 그의 아버지 지미 락에 눈길을 돌릴 만하다.

락 가문의 오랜 친지이며 락 주지사 시절 무역개발 장관을 역임한 한인2세 마사 최(현재 빌&멜린다 게이츠재단 최고운영책임자)씨는 지미 락이 조용하고 겸손했지만 게리를 비롯한 5명의 자녀는 물론 전체 중국 커뮤니티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고 말했다.

중국 광동성의 타이샨에서 태어난 지미는 13세 때(1931년) 부모를 따라 시애틀에 이민, 버지니아 메이슨 병원 주방에서 일하며 남는 음식을 집으로 싸들고 와 배고픈 가족들을 먹였다. 장성한 후에도 먹는장사부터 손댔다. 식당을 전전하며 주방장으로 일했고친구들과 함께, 또는 독자적으로 식당도 열었다.

50년대 말경 퀸 앤 힐에 그로서리를 연 지미는 이를 천직으로 삼고 요즘 한인업주들처럼 일요일도, 정월초하루도, 크리스마스도 없이 매일 오픈했다. 현금이 없는 고객들에겐 월말에 정산하라며 물건을 흔쾌히 외상으로 주었다.

그의 비즈니스 철학은 ‘손님을 가족처럼’이었다. 빈말이 아니라 실제로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돕는 일에 항상 앞장섰다. 그 자신도 이웃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1970년대 말 강도의 총격을 받고 중태에 빠지자 이웃들이 모금운동을 벌여 그의 치료비를 보태줬다.

가방 끈이 짧은 게 한이었던 지미는 자신의 부친과 달리 이를 악물고 자녀 5명을 모두 대학에 보냈다. 게리는 프랭클린 고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예일대와 보스턴 법대를 나와 변호사가 됐다. 어린 게리의 주류사회 동화를 위해 그를 이글 스카웃으로 만들만큼 극성을 부리면서도 집에서는 모국어와 문화를 가르쳐 게리는 5살 때까지 영어를 못했다.

지미는 중국인 아닌 ‘중국계 미국인’임을 자랑스러워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에 미 육군에 자원입대했다. 애국심과 함께 군인정신도 투철했다. 꼭 2년전 백악관에서 열린 게리의 상무장관 취임 선서식에 휠체어에 앉아 참석한 지미는 미군 통수권자인 오바마 대통령이 입장하자 비척비척 일어서서 거수경례를 올려 보는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그 지미가 지난 1월5일 오랜 지병 끝에 9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락 장관이 중국대사로 임명되기 불과 두 달 전이다. 그가 살아 있었더라면 아들을 모국 대사로 임명하는 TV 화면 속의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또 한번 비실비실 일어서서 거수경례를 했음직하다.

지미의 일생은 여느 한인 1세나 별로 다를 바 없다. 아니, 지미보다 더 근면성실하고 자녀교육에 열성인 한인이 얼마든지 있다. 머지않아 한인판 ‘駱家煇’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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