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 회원가입 | 2024-04-24 (수)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2021년 1월 시애틀N 사이트를 개편하였습니다. 열람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2021년 이전 자료들을 확인 할수 있습니다.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작성일 : 13-05-04 20:10
기우(杞憂)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5,417  
옛날 중국의 기(杞) 나라에 걱정도 팔자인 사람이 있었다. 하늘이 무너지면 어쩌나, 땅이 꺼지면 어쩌나 하며 전전긍긍했다. 터무니없는 걱정으로 밤낮 노심초사하는 그를 사람들이 비웃었다. ‘기 나라 사람의 걱정’을 뜻하는 기우(杞憂)라는 말이 그렇게 생겨났다.

기우의 뜻은 알아도 철학자인 열자가 그에 관해 뭐라고 언급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천지가 무너진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무너지지 않는다고 장담하는 사람도 모두 옳지 않다. 그것은 우리의 알량한 지식으로는 알 길이 없는 영역이다”라고 말했다.

문제의 그 기 나라 사람이 지금 살아있다면 자기의 걱정이 옳았다며 뻐길만하다. 일본의 한 도시가 바다 속 땅이 꺼지는 바람에 대지진과 쓰나미에 덮쳐 초토화됐고, 하늘은 안 무너졌지만 방사능 분진이 하늘을 덮어 숨을 제대로 못 쉬는 상황이 됐으니 말이다.

자연재난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는지 아무도 모른다. 열자의 말처럼 걱정해도, 걱정하지 않아도 일어난다. 한국의 조용기 목사 말처럼 ‘하나님의 경고’일 수도 있고, 과학자들 말처럼 단순한 자연현상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어찌됐건 우리가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우가 현실화되면 엄청난 피해를 낸다. 일본 센다이의 경우 평소 지진대비가 잘 돼 있었지만 사상최악의 9.0 강진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지금까지 파악된 사망·실종자가 4만여명에 이른다. 잠정집계된 재산피해는 15일 현재 1,000억 달러지만 갈수록 불어나고있다.

전대미문의 일본 재난을 보며 조 목사는 우상숭배에 빠진 일본에 하나님이 내린 경고일지 모른다고 했고, 어떤 정치인은 “한반도에 저런 참상이 일어나지 않게 해준 조상님께 감사한다”고 말했단다. 그 자신부터 우상숭배에 빠진 꼴이다. 이번 재난이 소돔-고모라처럼 음란범죄나 우상숭배에 대한 하나님의 응징이라면 한국도 별로 자유롭지 못 할것 같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재난을 한국이 면했다며 안도의 숨을 쉰다면 오산이다. 한반도에 9.0 수준의 대지진이 발생할까봐 걱정하는 건 기우일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지진이나 쓰나미 못지않게 큰 피해를 입을 걱정거리를 이미 떠안고 있다. 기우(杞憂) 아닌 기우(旣憂)이다. 벼랑 끝에 몰린 북한의 무력도발이 그렇고, 김정일 체제의 급격한 붕괴가 그렇다.

북한의 무력도발은 천안함 폭파와 연평도 포격이 보여줬듯이 기우가 아닌 현실이다. 북한은 지금도 미사일 발사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공갈도 여전하다. 만약 북한포탄이 서울 도심에 떨어진다면 인명피해는 차치하고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치명적이다. 이번 센다이 대지진이 일본경제에 미친 영향과 비교할 수 없다.

김정일 체제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다는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유엔은 2004~2006년 북한의 기아인구를 750만명으로 집계했다. 전체인구의 32%이다. 북한사람 3명중 1명이 굶는다는 얘기다. 지금은 더 악화됐다. 기아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수십만명에 이른다. 최근엔 김정일 정권의 최후보루인 일선 군부대에서조차 굶어죽는 병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내부 요인으로 인해 급격하게 붕괴할 경우 2040년까지 소요될 ‘통일비용’이 2조1,400억달러(약 2,5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지난해 추산했다. 이 금액은 한국의 작년도 국내총생산(GDP)보다 대충 2배나 많은 천문학적 규모이다. 남한 전체인구 4,874만명(2010년 기준)이 한 사람당 5,180만원씩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한 금융기관은 일본의 이번 지진피해 복구비를 2,500억달러(280조원)로 추산했다. 약 5조달러에 이르는 일본 GDP의 5%에 해당한다. 한국의 통일비용에 비하면 10분의1 수준이다. 금액으로만 따지면 남북한 통일이 일본의 이번 지진 복구보다 10배 힘들다는 뜻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그토록 오래 목 메이게 불러왔지만 어느새 조국통일은 ‘우리의 소원’ 단계를 넘어 ‘우리의 재난’이 돼버렸다.


 
 

Total 330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15 눈산조망대/스튜어디스 시애틀N 2013-07-13 5986
14 눈산조망대/바비큐와 보신탕 시애틀N 2013-07-06 5329
13 눈산조망대/도마 위의 DOMA 시애틀N 2013-06-29 5247
12 눈산조망대/황혼 결혼 시애틀N 2013-06-21 6038
11 눈산조망대/'미풍양속세' 시애틀N 2013-06-16 5325
10 눈산조망대/약속지키기 시애틀N 2013-06-08 5223
9 눈산조망대/시페어와 '코페어' 시애틀N 2013-06-02 5507
8 국가 유공자 (2) 눈산 2013-05-30 5855
7 기우(杞憂) 시애틀N 2013-05-04 5419
6 락씨 가문의 영광 시애틀N 2013-05-04 5593
5 글을 씁시다 시애틀N 2013-05-04 5193
4 희한한 세금 시애틀N 2013-05-04 5592
3 한글 간판 시애틀N 2013-05-04 5994
2 세도나와 스노퀄미 시애틀N 2013-04-21 5623
1 '비에 젖은 낙엽' 시애틀N 2013-04-06 6368
   21  22



  About US I 사용자 이용 약관 I 개인 정보 보호 정책 I 광고 및 제휴 문의 I Contact Us

시애틀N

16825 48th Ave W #215 Lynnwood, WA 98037
TEL : 425-582-9795
Website : www.seattlen.com | E-mail : info@seattlen.com

COPYRIGHT © www.seattlen.com.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