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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1-03 09:53
[신년 수필-이성수] 새해에는 진짜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으면…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161  

이성수 수필가(서북미 문인협회 회원)
 

새해에는 진짜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으면
 
 
고양이과에 속하는 ‘치타’라는 동물이 있다. 얼른 보기에는 표범 비슷하게 생긴 맹수인데 모양은 영락없이 덩치 큰 고양이다치타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는 동물로 한 시간에 최고 112km까지 질주한다고 한다. 치타는 사냥감을 발견하면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번개처럼 빠르게 달려들어 단숨에 낚아채 물어 죽이는 무서운 베테랑급 맹수이다.

그런데 치타가 고양이를 보면 어떻게 할까? 본체만체 그냥 지나칠까? 아니면 치타를 꼭 닮았다고 귀여워하며 껴안고 핥아 줄까? 아니다. 치타는 진짜이고 고양이는 가짜라며 화가 나서 진짜 치타 행위를 하는 고양이를 단번에 잡아 죽인다고 한다. 맹수 세계의 잔인함을 보여 주는 한 장면이다.

5공화국 시절 전두환 대통령을 닮은 P라는 탤런트가 있었다. 얼마 전에 타계했지만 그의 얼굴이 전() 대통령을 닮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루아침에 방송 출연 정지를 당했다.

어느 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저녁식사 후 TV를 보고 있는데 자기 얼굴을 닮은 P를 발견하고 화를 내며 “아니! 저런 게 다 있어? ” 라고 했다 해서 중진 탤런트 P는 하루아침에 백수신세가 되어 생계가 막막하게 되었다.

할 수 없이 10여 년간 방앗간을 운영하는 한편 ‘자동차 외형 복원’사업에도 뛰어들어 최선을 다해 전화위복으로 대박을 쳤다. 자동차 외형 복원사업이란 글자 그대로 자동차 외형이 접촉사고 등에 의해 보기 싫게 찌그러진 것을 새차처럼 감쪽같이 펴주는 사업인데 탤런트 P의 딱한 사정을 동정하는 팬들이 힘을 모아주었기 때문에 대박을 쳤다고 한다.

그러다 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고 대통령직을 물러나게 됐다. P는 다시 방송계에 복귀했다. 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그를 닮은 P를 만나 미안하게 되었다며 부하들의 과잉충성의 소치라고 사과했다고 한다. 그때 일을 P는 이렇게 말했다.

“하루는 <이십 구 만원>씨가 나보고 좀 만나자고 하였다” 여기 <이십 구 만원>씨란 전두환 전 대통령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가 비자금사건으로 기소되어 감옥에 갇혔을 때 재산을 몰수당하는 과정에서 어느 기자가 재산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내 재산은 현재 <이십 구 만원> 밖에 없소”라고 대답했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그 후 P는 사업도 잘되었고 대하드라마 제3공화국에 이어 제4공화국에서 가짜 전두환 대통령 역을 연출해 유명세를 탔으니 정말 인간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아니할 수 없다.

내가 농업고등학교에 다닐 때 일이다. 하루는 아버지께서 나 보고 피사리를 하라고 하셨다. ‘피‘란 벼농사에 아주 골칫거리인 벼와 똑같이 생긴 가짜 벼 즉 잡초(가라지)이고 피사리는 피를 뽑아 제거하는 작업이다.

벼가 어릴 때는 아무리 평생 농사를 짓는 기술자라도 피와 벼를 얼른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똑같이 생겼다. 위폐 감별기로 금방 가짜 돈을 가려내듯이 가짜 벼를 감별해 내면 좋으련만 아직 그런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는 용케 침침한 눈으로 가짜 벼인 피를 족집게처럼 뽑아내시며 나에게 그 노하우를 가르쳐 주셨다.

잎사귀를 손으로 만져보아 좀 매끄러우면 ‘피’이고 덜 매끄러우면 진짜 ‘벼‘라고 하시며 직접 실습을 해보였다. 촉감으로 구별할 수 있는 고도의 피와 벼의 감별법이었다.

구별하는 또 다른 방법은 시력으로 감별하는 것이다. 즉 잎사귀를 햇빛에 비춰보고 투명한 초록이면 그것이 ‘피’이고 투명치 못하면 진짜 벼라고 하셨다.

과연 피와 벼 잎사귀를 뜯어 햇빛에 나란히 비추어 비교해 보았더니 벼는 어두운 초록색이고 피는 밝은 초록색이었다. 그렇게 해보니 구별이 가능하였다. 햇빛에 비춰보고는 벼와 피를 구별하여 피사리를 한 일이 생각난다. 이런 감별법은 학교 실습시간에 배우지를 못했다.

화폐를 햇빛에 비춰 나타나는 무늬로 구별하듯 진짜 벼도 햇빛에 비쳐 구별하는 방법이 어쩌면 그렇게 화폐감별법과 꼭 같은지 신기하기만 했다.

똑같이 생긴 남자 쌍둥이가 있었다. 너무 꼭 같이 생겨서 심지어 그의 어머니까지도 음성으로는 구별할 수가 있지만 얼굴로 알아보지 못해 귀 뒤에 있는 검은 반점(사마귀)으로 구별한다고 한다. 훗날 합동결혼식을 하고 신혼여행을 같이 갔었다. 자기 남편을 구별 못해 방을 잘못 찾아 들어간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가짜 신랑을 자기의 진짜 신랑으로 오인한 것이다.

참기름이란 기름이 있다. 깨 중에서도 참깨로 짠 기름으로 참이란 이름이 붙어있다. 이 참기름도 가짜가 많아서 참(진짜)이란 이름을 붙여 ‘참기름’이라 부른다.

얼마 전에 가짜 백수오 파동이 세상을 시끄럽게 한 일이 있었다. 이제 진짜를 ‘참 백수오라 불러야 할 판이다. (진짜)이란 이름이 많다. 세상에 가짜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신애 가수는 <요지경 세상>이란 노래에서 “여기도 짜가/저기도 짜가” 를 불러 가짜가 판치는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여기서 짜가는 진짜가 아닌 가짜를 말한다.

세상은 온통 가짜가 판을 치고 있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듯이, 가짜가 진짜처럼 행사하고, 가짜 벼()가 진짜 벼 속에 끼어들어 진짜인 양 사뭇 잘 자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병신(丙申)년 새해는 속이지 않는, 오로지 ‘참(진짜)’이 판치는 그러한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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