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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8-09 22:23
바람꽃
 글쓴이 : 김영호
조회 : 3,278  

김영호

바람꽃
                       
무더운 여름날
알몸 하여
바람꽃 마사지를 받는다.
 
선풍기 바람을 따라 온 춘천의 백합 꽃손
귀를 만져 이명을 재우고
청주 찔레꽃손이 눈을 비벼 안압을 낮춘다.
가슴을 쓰다듬는 시카고의 달맞이꽃
그 속의 가난한 유학생 한숨을 달래주고
마드리드 백장미꽃 입술의 주름을 펴준다.
 
양재천의 크로바꽃도 등위를 올라
꾹꾹 허리를 냇물 길 만든다.
 
선풍기가 노동을 마치는 때
바람꽃들 모두 사라지고
나는 비로 서 한 해를 잃은 무심에 잠겨
열두 달 시로 운다 그 비통한 젊음의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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