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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1-02 12:49
[신년 수필]신순희 수필가-잊어버리자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432  

신순희 수필가
(서북미문인협회 회원)
 

잊어버리자
 
 
사람에게 망각이 없다면? 매일 일어나는 그 많은 일들을 다 기억하고 있다면?

하루는 앞으로 흘러가고 어제는 뒤로 사라진다. 시곗바늘이 앞으로만 간다는 건 천만다행이다. 거꾸로 간다면 절망이다. 지나간 시간에 미련이 남아서 사람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기억을 되감아 돌아서기를 바라지만, 그래서 행복한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당신이 다시 이십 대가 된다면, 다시 태어난다면, 이런 가정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흘러가면 그만인 것을. 망각 속에 산다고 온전히 다 잊고 사는 건 아니다. 진정 기억하고 싶은 건 기억의 저편에 꼭꼭 숨어있다. 불현듯 꺼내볼 수 있게 머릿속 어딘가에 구겨져 있다. 한 번씩 펼쳐보고 아쉬워하고 마음 아퍼하고 후회하고, 그런 회상의 여분은 남아있다.

나의 이십 대를 생각해보면 철이 없었다. 열정적이지 못했다. 그렇다고 삼십 대는 철이 들었냐하면 그때 또한 철이 없었다. 망연히 서있을 때도 있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 후로도 십 년씩 고개를 넘어갈 때마다 여전히 나는 미숙한 삶을 살고 있다. 다시 산다면 시행착오를 겪어서 나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하나, 또다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무디어진 기억 속에서는 모든 것이 너그럽다. 치유의 방편이다.
만일 내가 남자였다면, 이런 가정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여자로 살면서 만족해서가 아니라, 태어난 이상 그런 건 의미가 없다. 남자로 태어나지 못한 것을 억울하게 생각한 친구가 있었다. 남자였다면, 사회에서 인정받고 배포 크게 한번 살아볼 텐데 여자라서 제약이 많아 소극적으로 살고 있다고 하던 친구는 여장부였다. 웬만한 남자보다 활동적으로 일하고 사업도 이끌었는데, 말과는 달리 성공하는데 여자이기 때문에 많은 이득을 본 것 같다

인생은 거스를 것도 바꿀 것도 없다. 알 수 없는 앞날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남은 시간이 지난 시간보다 짧다.  

잠 못 이루는 밤에는 번뇌도 많다. 누워서 몸을 뒤척이다 보면 별 생각이 다 난다. 쓸데없는 지난 날을 생각하느라 휴식하지 못한다. 평생을 통해 거의 모든 기억이 지워지고 일부만 남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잊혀진다고 안타까워하지 말자. 앞으로 나가야 한다. 망각이라는 텅빈 상자를 내게 선물한 신에게 감사한다.

통증에도 감사하라’, 어느 날부턴가 이 말을 가슴에 새겼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육체는 위험하다. 상처가 나서 통증을 느껴야 관심을 갖고 치료하게 된다

당뇨 합병증으로 발에 오는 무감각은 얼마나 무서운가. 정신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면 위험하다. 자극이 없는 삶은 무력하다. 살아있는 물고기를 운반할 때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죽는 것을 막기 위해 천적을 함께 넣으면 물고기가 열심히 피하느라 살아남는다지 않는가. 스트레스가 정신력을 강하게 만든다. 견딜만한 아픔은 있어야 한다.

고통을 넘어서면 평안이 온다. 막다른 길에서 돌아나온 것도 낭떠러지에서 멈춘 것도 다 지나간 일이다. 망각에 밀려 흘러흘러 지금에 와있다. 이따금 돌아서 보면 아직도 그곳에 서있는 내가 희미하게 보이나 그것은 오늘의 내가 아니다.

잊어버리자. 아련한 슬픔, 알 수 없는 분노, 추적거리는 미련, 다 잊어버리자, 지난 일 년의 기쁨까지도. 어제는 흘러갔다. 오늘 또다른 기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평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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