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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7-03 03:37

[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 이경자] 밥

글쓴이 : 시애틀N

이경자 시인(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밥

아버지 쓰시던 밥그릇에
한 주걱 밥을 담았다.
쌀 한 톨에
많은 햇살이 다녀갔고
바람은 또 얼마나 후려쳤는지.

아버지 첫닭 울 때 일어나
뙤약볕 등에 업고
무논에서 수확까지
흘린 땀방울로 벼가 익었다.

아버지의 피와 눈물로
지은 밥을 먹고
꿈나무의 열매가 영글었으니
그분의 사랑으로
우주가 내 안에 스며들었다.

<해설>

밥은 우리 인간의 양식이요 생명이다. 밥은 우리 조상과 부모의 살이요 핏방울이다.

이 작가 역시 쌀 한 톨 속에 아버지의 피와 눈물을 본다. 하여 그는 아버지의 땀방울과 눈물을 먹고 자랐다. 미더운 시상은 “쌀 한 톨에 많은 햇살이 다녀갔고”라는 표현이다.

햇살은 자연과 신의 우주적 사랑의 전달자다. 그리고 심하게 후려쳤던 바람도 벼와 아버지를 더 강인하게 만든 감사의 대상임을 깨닫는다. 결론적으로 밥은 자연과 신,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의 신성성의 메타포이다.

그 사랑을 먹고 성장한 작가는 사랑의 시를 생산하는 시 농부이다. 쌀 한 톨의 신성한 가치를 깨우치게 하는 시적 모티브가 매우 가상하다. 그렇다. 쌀 한 톨이 사랑이 충만한 한 사람이요 신이요 우주인 것이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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