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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2-09 21:10
제7회 시애틀문학상 수필 대상(흉터-이 에스더)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963  

<수필 부문 대상-이 에스더>


흉 터

세발 자전거를 자기 몸의 일부인 생각하던 아이가 있었다. 아이의 아침은 잠자는 자전거를 깨우는 일로 시작되었고 자전거가 피곤할 즈음 아이도 같이 잠자리에 들곤 했다

아이는 따르릉 따르릉 비켜 나세요 목청껏 외치면서 마당을 지나 동네 구석구석에 선명한 바퀴 자국을 새기며 자기의 세계를 넓혀 나갔다

사람들은 아이를 꼬마 운전사라고 불렀다. 곳곳의 장애물들을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니며 무사고 운전을 자랑하던 아이였다.

그런데 어느 겨울 , 아이가 대형 사고를 내고 말았다. 난로를 들이받아 끓는 물이 가득 들통이 넘어지는 사고였다. 사고로 아이는 한쪽 몸에 심한 화상을 입고 평생 울어야 울음을 그때 울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흉터의 대부분은 희미해졌지만, 팔에 남은 흉터가 너무 크고 깊어 아이는 옷을 입고 다녔다. 교복을 입던 시절, 아이는 하복 대신 춘추복을 입고 다녔다. 양복이 어울리는 준수한 청년이 그는 노총각 시절을 지나 나의 남편이 되었고, 지금은 곱고도 예쁜 딸을 행복한 아빠가 되었다. 

병역필은 배우자 남자가 갖추어야 첫째 의무 조항이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는 결격 순위인 병역 면제자였다.  

지인의 소개로 가진 만남에서 면접관이 나는 병역 면제의 이유를 물었고, 그는 맵시 나는 양복 속에 감추어진 흉터의 정체를 밝히며 면제 사유를 소상히 설명해 주었다

나 또한 화상으로 인한 흉터를 가졌고 고통이 아직도 기억 속에 뚜렷한지라 그의 아픔과 마음의 상처가 마치 것처럼 느껴졌다

정직하고 성실한 답변에 금강산의 기암괴석 같아 보이던 그의 커다란 덧니마저도 오히려 다양한 정겨워 보였다. 진실하고 성실한 남자라야 한다는 나의 번째 조항에서 그는 백점 만점을 받아낸 것이다

평생 자신의 아픔이었던 흉터가  노총각 신세를 면케 하는 결정적인 묘약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위장되고 어설픈 꼼수 대신 정직하고 성실한 수를 과감하게 용기있는 청년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 하얀 꽃을 좋아하는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며 바야흐로 인생의 봄날을 맞게 것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몸에 한두 개의 흉터 쯤은 생기게 마련이다. 어릴 넘어져서 얻은 작은 무릎흉터로부터 치명적인 사고로 인한 커다란 흉터까지.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웬만한 흉터쯤은 감쪽같이 없애는 시대이지만, 어디 흉터가 보이는 육체에만 머무르던가

생각없이 불쑥 내뱉은 마디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 아픔이 되고깊고 은밀한 마음벽에 새겨진 한과 원망에 이르기까지 알게 모르게 상처를 입고 입히면서도 제 때에 치료를 하지 않아 내면에 흉터를 갖고 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한 그때는 그의 크고도 깊은 흉터를 함께 아파하며 작은 가슴으로나마 보듬어 주었으면서도, 어깨 기대어 함께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니 그의  마음에 수많은 생채기를 내며 살아온 나의 어두운 그림자가 보인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아내를 마냥 품어 주는 그의 너그러움에 길들여진 나는 흐르는 세월과 함께 아픈 흉터 보듬어 주던 여린 가슴 잃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일회용 반창고를 그의 가슴에 들이대며 상처난 마음을 치료해 주겠다고 덤비는 가소로운 나의 회심에, “이미 육체에흉터가 있는데   보이는 마음의 상처 쯤이야하며 너털웃음 짓는 그이의 넓은 아량에 가슴이 저린다.

며칠째  더운 날이 계속 되는 중에 함께 쇼핑을 갔다가 매장 켠에 있는 밝은 반팔 상의에눈길이 머물렀다. 서랍장에서 오랜 세월 잠만 자는 반팔옷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벌을 골라 그에게 맞춰 보았다

연기력만 받쳐 주면 주연 배우가 되고도 남겠다는 나의 찬사에남편의 얼굴이 옷보다 밝고 환해 보인다외출용 셔츠를 색색깔로 골라 들고 나는 발걸음도 씩씩하게 계산대로 향하였다.

아무리 멋지고 값비싼 서른 벌을 샀다 한들 이렇게 신이 나고 부풀었을까. 마치 기다리고 기다리던 설빔을 가슴에 안아 철부지 아이처럼 돌아오는 내내 나는 숨쉴 틈도 없이 떠들어댔다. 옆구리를 찌르는 가시인 줄로만 알았던 흉터가 알고 보니 축복의 열쇠였노라고, 가시 덕분에 노총각 신세 면하고 예쁜 딸을 셋이나 얻어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흉터가흉이 아니라 당신 인생에 훈장이며 꽃이라고, 그러니 이제는 자랑스럽게 내놓고 다니라고……   
흉터의 변을 장황하게 늘어 놓는 나의 눈물겨운 변론에 그이도 감동했는지 잔잔한 미소로 내게 답한다. 이제서야 그런 변호를 하는 나의 어리석음이 참으로 원망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한참 동안 패션쇼를 주관하며 뜨거운 여름을 가득히 끌어 들였다. 연한 핑크에 청색 가로 무늬 셔츠가 그를 타임머쉰에 태워 이십 년은 훌쩍 되돌려 놓은 같다

여름은 더운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서랍에 누워 잠만 자던 옷들이 이젠 깨어나 밝은 세상으로 나와 주인과 함께 분주한 세상을  마음껏 구경하며 그들의 임무를 다해 주기 바란다 또한 반팔 입은 그이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넓은 거리를 가슴 활짝 펴고 활보하고 싶다.

작열하는 태양의 충일한 생명력이 축복의 열쇠를 지닌 그에게 반갑게 다가와 힘친 포옹을 하며 먼 길 함께 동행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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