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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3-15 18:07

[이춘혜 시인의 신앙시] 연약한 한 그루 복나무

글쓴이 : 시애틀N

이춘혜 시인

연약한 한 그루 복나무

나는
빛의 시냇가에 심겨진 한 그루 복나무입니다
연약한 줄기에 예쁜 꽃도
풍성한 열매도 맺지 못했을망정
당신께서 내게 주신
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합니다

나는
다람쥐와 새들의 둥지가 되어
그들의 친구가 되어 줄 것입니다.

나는
따가운 햇살과
매서운 비바람에 노출되어도
온몸으로 견뎌낼 것입니다

나는, 푸른 옷을 벗고 채색 옷을 입을 즈음
더 깊어진 당신과의 사랑에 잠길 것이며
채색 옷을 입고 흙과 만날 때쯤
가을의 상복 속에
봄에 부활의 소망이 감추어져 있는
당신의 오묘한 섭리를 깨달을 것입니다

나는 비록 헐벗었지만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새들은 설 한풍에도
벌거벗은 겨울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를 부르니
후년의 눈부신 열매의 수풀을 꿈꾸며
하늘 우러러 야훼를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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