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강남의 초대형 성당의 담임 오 신부.
설립한지 5년 밖에 안된 평택의 소형 성당의 담임 장 신부.
둘이 커피 샾에서 만나 논쟁을 벌인다.
장 신부 : 조그만 개척 성당 운영하는 건 너무 힘들어.
신도들이 너무 없어 성당 경비 대는 것조차 헉헉 댄다니까.
5년전 설립 후 계속 적자행진을 하다가
내가 맡은 2년전부터 겨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네.
아직도 언제 적자로 다시 돌아설 지 몰라 늘 피가 마른다네.
악조건 속에서도 성과를 이뤄내야 하는 나의 고생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고.
오 신부 : 장신부, 지금 뻔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거야?
대형 성당 관리하기가 얼마나 머리 아픈지 모르지?
상대해야 할 성도가 엄청 많은데다
이것저것 꼼꼼하고 치밀하게 처리하다보면 머리가 부숴질 지경이라니까?
장 신부 : 음, 그런 점도 있긴 있겠군.
그래도 오신부는 급여가 나의 두 배 아닌가?
본부의 추기경님이 중요한 성당이라 여겨 오신부를 극진하게 대우하는 것이겠지.
난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도 추기경님이 별로 알아주지도 않고
급여도 몇 년째 안올려주고 있다네.
오 신부 : 아니 이사람 장신부, 당연한 걸 가지고 자꾸 투덜대면 추기경이 노할 것이야.
헌금 많이 들어오는 우리 성당에서 나에게 급여를 많이 주는 건 당연한 거 아냐?
장신부 성당의 헌금 수준에선 많든 적든 급여를 받는 것만으로도 할렐루야 아닌가?
장 신부 : 그렇기는 하지만, 나 하고 오 신부하고 자리를 바꿔보고 싶으이.
추기경님께서 전혀 그런 생각 하실리가 없다 하더라도
내 신세가 서러워 가끔 나 혼자 그런 망상을 해본다네.
내가 강남 성당 맡아도 충분히 잘 운영할 수 있을 것 같거든.
오 신부 :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야?
초대형 성당은 나같은 능력자나 맡을 수 있는 것이기에
자네 같은 찔찔이는 꿈도 꿔선 안된다네.
장 신부 : 그래? 그래도 한번 입증할 기회라도 가져봤으면....
오 신부도 한번 작은 것 맡아서 크게 부흥시겨봐야
진짜 능력을 시험해보는 계기가 될테고.
오 신부 : 미쳤냐 내가? 왜 자진해서 급여 적게 주는 곳으로 옮겨야하지?
장 신부 : 추기경님은 우리 둘 중 누가 더 수고가 많다고 생각하실까?
오 신부 : 그건 말도 안되는 질문이지. 당연히 나의 수고를 더 평가하시겠지.
장 신부 : 그렇겠지. 추기경님께서 세세한 부분까지 공정하게 살피실 여력이 없겠지.
이 둘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신 신부가 끼여든다.
신 신부 : 이보시게들, 내가 대형 성당 운영하다가 소형 성당으로 옮겨 간 케이스인 거 알지?
내가 양쪽 다 경험해보니까 말이지,
솔직히 말하면 소형 성당 운영이 열배는 더 힘들다네.
무엇보다 적자 날까봐 공포심 속에 산다는게 그렇게 힘들 수 없다네.
대형 성당이야 머리 아프네 어쩌네 해도 재정 만큼이야 저절로 잘 굴러가니
마음이 그리 편할 수가 없다네. 그리고 급여도 더 받으니 윤택하고.
그래도 추기경님은 소형 성당의 수고가 더 크다는 걸 전혀 알지 못하신다네.
대한민국 전 지역의 성당을 지휘하시는 추기경님이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살피실 여력이 없으실 것이야.
그건 그렇고 오신부가 장신부보다 더 능력자라고?
그건 바꿔서 해봐야 정답을 알 수 있는데 장신부에게 그런 기회가 거의 안올것이야.
장신부, 억울한 생각이 좀 들어도 어쩔 수 없다네. 기도해도 다 소용 없더라구.
장 신부 : ......................
오 신부 : ㅎㅎㅎㅎㅎㅎ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