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MBC '무한도전'을 상대로 낸 국민의원 특집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국민의원 특집은 예정대로 정상 방송이 가능해졌지만 씁쓸한 여운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무한도전'의 이번 대립은 법원이 '무한도전'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이 일단락됐지만, 시청자들은 당의 정치적 입장에 방송 여부가 좌지우지 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방송이 한 차례 흔들렸던 이번 사태가 시청자와 방송계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번 사태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는 건 방송금지 가처분 제도가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이유는 당 소속인 김현아 의원이 국민의원 특집에 당 대표 격으로 출연했다는 데 있었다. 김현아 의원이 바른정당 창당 행사에 참석해 당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정지 3년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고 있는 만큼, 출연이 적절치 않았다는 주장이다. 정준길 자유한국당 대표는 논평을 통해 "실제로는 바른정당 의원 2명이 출연하고 자유한국당 의원은 출연하지 않는 것이므로 방송의 공정성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국민의원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이 원하는 법을 함께 만들어보는 특집으로, 참여 주체는 국회의원이 아닌 국민이었다. 국민 대표 200인은 국민의원 특집 녹화에서 국회의원들과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법안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5인의 국회의원은 앞서 제작진을 통해 접수된 1만 건의 국민 의견 중 가장 많은 공감대를 얻은 일자리, 주거, 청년, 육아 등 분야의 전문가들로 섭외됐다. 국회의원들은 공공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했고 국민 대표들과 뜨거운 토론의 장을 펼쳤다고 한다.
법원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이유도 국민의원 특집이 당의 정치적 입장, 김현아 의원의 개인적인 정치적 입장과는 전혀 무관하기 때문이었다. 제작진의 말대로 김현아 의원 섭외는 당을 대표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고, 이번 출연이 차기 대통령 선거와 관련되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 판결 내용이었다. 국민의원 특집이 소명자료로도 제출됐기 때문에, 자유한국당 측이 우려하던 김현아 의원 개인의 정치적 입장이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는 것 만큼은 이번 판결을 통해서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설사 김현아 의원이 국민 대표들과 의견을 교환하던 중에 당의 방향성과 다른 대안을 제시했을지라도, 자유한국당의 이번 처사는 지나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국회의원도 주체적인 개인으로서 반드시 집단의 목소리를 대표해야 할 의무가 없고 자유로운 발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민 예능의 영향력을 우려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방송 여부를 법에 먼저 맡기고,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훼손한 이번 처사는 그래서 가볍게 지나칠 수만은 없다. 헌법도 허용한 모두의 주체적인 표현의 자유가 이런 방식으로 위협받았다는 사실은 아직도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현실을 새삼 다시 인식시켜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