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와 엄정화 제시 화사가 뭉친 프로젝트 걸그룹 환불원정대의 신곡 '돈 터치 미'(Don't touch me)가 음원 발매도 전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이 출연한 '놀면 뭐하니?'는 지난 여름 열풍을 일으킨 싹쓰리 방송 당시보다 2~3%포인트 높은 시청률을 구가 중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인기 여성 출연자들이 만든 스핀오프 콘텐츠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여은파'도 본방송 보다 더 재밌다는 이야기도 들으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나 혼자 산다' 방송보다 더 거침없는 박나래와 한혜진 화사의 모습은 누리꾼의 찬사를 받고 있다.
방송가에서 여성들이 뭉쳐 성공을 이룬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이제는 미디어랩 시소라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까지 확장된 개그우먼 송은이와 김신영 신봉선 안영미 등 여자 개그우먼들의 모임이 그러하고, 앞서 언급한 환불원정대나 여은파 역시 시청률 및 조회수로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골프감독 박세리를 중심으로 유명한 여자 운동선수들을 캐스팅한 티캐스트 E채널 '노는 언니'나 KBS 2TV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같은 프로그램들도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기획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계는 어떨까. 예능계 못지 않게 영화계도 일찌감치 이 같은 트렌드를 타고 다양한 여성 중심 영화들이 나왔다. 지난해 5월 개봉한 영화 '걸캅스'는 여러 논란들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범죄영화에 여성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더불어 정유미와 김미경 공민정 등 여배우들이 돋보였던 '82년생 김지영'이나 아역 배우 박지후 김새벽 등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벌새'는 지난해 영화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작품으로 여겨졌다. 그뿐 아니라 이들 작품은 여성 감독들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 '우리집' '메기' 등 저예산 수작들도 이들 작품과 궤를 같이 한다.
올해도 이 같은 트렌드를 이어 여성을 전면에 세운 몇몇 영화들이 나왔거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상반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복병으로 인해 많은 작품이 개봉하지 못한 상황. 코로나19 이전에 나온 라미란이 주연 '정직한 후보'나 해외 영화인 '작은 아씨들' 정도가 여성이 중심에 선 영화로서 흥행에 성공했다.
코로나19 이후 개봉한 독립영화 '야구소녀'나 '프랑스 여자'도 각각 3만명대, 1만명대 관객을 동원, 규모에 비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는 성공했다. 할리우드 대작 '뮬란'의 경우엔 코로나19 뿐 아니라 정치적인 결부돼 '디즈니 실사 영화'라는 명성이 무색하게도 23만 관객 동원에 그쳐 아쉬움을 주고 있다.
그래도 가을 이후 상황은 이전보다는 조금 나을 것이라고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정현 서영희 이미도 등 여배우들이 김성오 양동근과 함께 주연을 맡은 중형급 코미디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지난달 29일 개봉 후 일주일간 9만여 관객을 동원했다. 비록 '담보'나 '국제수사' 같은 영화에는 밀렸지만 시사회 후 의외의 호평을 받았고, 박스오피스에서 나름대로 의미있는 수치를 기록한 점을 높이 살만하다. 신민아 이유영 주연의 '디바'도 신민아의 연기 변신이 호평을 받으며 누적관객 10만명을 넘겼다.
오는 26일 개봉 예정인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고아성 이솜 박혜수 등 젊은 배우들의 앙상블만으로도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1995년을 배경으로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여직원이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인 '뉴트로'적인 요소까지 들어간 이 영화는 트렌드에 맞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준다.
해외 영화지만 11월 개봉 예정인 '걸후드'도 관객들의 기대가 큰 작품이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셀린 시아마 감독의 작품인 '걸후드'는 '톰보이' '워터 릴리스'에 이어 올해 4번째로 개봉하는 시아마 감독의 영화로 집과 학교 어디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소녀 마리엠이 새 친구 레이디, 아디아투, 필리를 만나 변화를 경험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개봉일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개봉을 기다리거나 후반 작업 중에 있는 작품들도 여성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작품들이 있다. 올해 상반기 개봉을 준비했다가 코로나19로 미루게 된 박신혜 전종서 주연의 '콜', 김해숙 신민아 주연의 '휴가', 홍지영 감독의 '새해전야', 배우 조은지의 상업영화 연출 데뷔작인 '입술은 안돼요' 등이다. 캐스팅 확정 후 촬영이 진행된 작품들 중에도 이정현 문정희 진서연 등이 주연을 맡은 '리미트', 김향기 류현경 염혜란이 주연한 '아이'(가제) 등도 여배우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작품들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전히 남자 주인공들을 앞세운 남성 서사 중심의 영화가 대세지만 트렌드를 타고, 여성 감독과 여성 배우들이 중심이 된 작품들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코로나19 상황을 뚫고 기울어진 중심을 맞추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