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아트하우스 © News1
김명민 하면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되는 것은 빈틈 하나 없는 완벽주의자의 이미지다. 그런 그에게 각 잡힌 슈트는 참 잘 어울린다. 하지만 8일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김명민은 티셔츠에 편안한 바지, 모자를 쓴 모습이었다.
"평소에 슈트는 쳐다보지도 않아요. 너무 많이 입어서 아예 입지 않죠. 원래부터 이렇게 옷을 자주 입어 왔어요."
"연기 본좌"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김명민은 손사래를 쳤다.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 "비수가 된다"는 말은 겸손을 드러내는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진짜 이제 그만해주세요.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나요? 힘들어요. 남들은 쉽게 던진 말이 나에게는 얼마나 큰 비수가 되는지. 우리끼리만 있는 세상이면 모르는데, '명본좌'니 이런 별명이 있으면 선배님들이 '본좌가 무슨 뜻이야, 너한테 왜 본좌라고 해?'하면서 물으세요. 거기에 제가 설명을 해야합니까? 이건 아니에요. 너무 괴로웠어요."
이해가 되는 구석이 있었다. '본좌'라는 별명은 빈틈없는 연기를 칭찬하는 말이지만, 본인이게는 족쇄처럼 느껴지거나, 무거운 짐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만난 김명민은 '본좌'라는 별명을 싫어할지언정, 자신이 하는 연기에서는 어느 것 하나도 쉽게 놓고 가지 않는 프로페셔널 배우이자 완벽주의자였다. 가혹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완벽주의 기질은 신인 시절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다.
"신인 시절 연기를 위해 촬영장에 안경을 쓰고 가야겠다, 생각하고 철저하게 (연기를)준비 했는데, 안경을 안 가져간 거예요. 그 안경이 나에게 큰 무기였는데. 나 자신에게 화가 나서, 촬영장에 가서 제 자신을 막 때렸던 기억이 있어요. 그게 누굴 원망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 너무 미운거였어요. 막 쳐도 성이 안 풀렸죠. 얼굴을 치고, 바보, 병신, 이러면서 때렸어요. 그게 어떻게 보면 약간 정신병일 수도 있는데, 내가 스스로에게 관대한 게 싫었어요. 이래서는 성공하지 못한다. 나는 인물이 잘나지도 재능이 특출하지도 못한데, 이런 부분에서 관대지면 성공하지 못한다. 맨주먹으로 바위 치던 시절에 그런 정서가 있었죠."
사실 영화 '하루'에 등장하는, 딸을 구하지 못해 자책하며 스스로의 뺨을 때리는 준영(김명민 분)의 모습은 이 같은 기억에서 끌어올린 신이다. 감정을 폭발시켜야 하는 신에서 감독은 "알아서 해달라"고 주문했고, 김명민은 감정이 이끄는대로 행동했다. 신인 시절 자신에게 했던 행동이 십수년이 흐른 후 이렇게 나올 줄을 몰랐다.
"스스로에게 가혹하다, 까지는 아닌데, 나태해지는 게 싫어요. 저는 잠도 많이 자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깨어 있으면서 하는 일도 없고요. 그렇지만 잠 자는 게 싫어요. 낮잠도 안 자죠. 밤에도 11시에 잠에 들어서 4~5시에 눈이 떠져요. 그 시간에 생각을 하든, 계획을 짜든 그런 게 좋아요. 오래 누워있는 시간이 아쉬워요. 인생의 3분의 1을 누워서 지내는 건 속상한 일이예요. 예순이 됐을 때 그중 20년을 잠으로 살았다고 치면 괴로울 것 같아요. 60년 중에 10년 정도만 잤다면 뿌듯할 거예요."
배우로서 김명민의 꿈은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할 때 대중이 원하는 연기를 못하게 됐을 때, 먼저 물러나겠다는 것. 또 하나는 "배우들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자신이 인정할 만한 '진짜'를 원하는 완벽주의자다웠다.
한편 '하루'는 매일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던 순간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겪는 두 남자가 반복되는 하루의 비밀을 풀고, 사랑하는 이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김명민은 매일 반복되는 딸의 죽음을 경험하는 의사 준영 역을 맡았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