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나왔을까. 나영석 PD 역시도 자신의 예능이 뜬금 없는 흐름 속에 나왔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뜬금 없는 포맷과 출연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보고 나면 '남들 수다만 듣는데 왜 재밌지?'라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확신했다. 나영석 PD가 지금 이 시점에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내놓은 이유를 들어봤다.
지난 1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알쓸신잡'은 '윤식당' 후속으로 방송되는 나영석PD의 새 예능 프로그램이다. 정치·경제, 미식, 문학, 뇌 과학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잡학 박사들과 연예계 대표 지식인 유희열이 진행을 맡아 분야를 막론한 끊임없는 지식 대방출의 향연을 펼친다.
이날 자리에는 가수 유희열을 비롯해 나영석 PD와 양정우 PD가 참석,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영석 PD는 그간 여행부터 음식까지의 소재를 바탕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2013년 tvN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등의 '꽃보다' 시리즈를 잇달아 내놨고 2014년부터 '삼시세끼'와 '삼시세끼 어촌편' 등을 성공시켰다. 최근에는 '윤식당'으로 14.1%(닐슨코리아)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렇듯 나영석 PD는 자신의 또 다른 대표 예능인 '신혼일기'와 '신서유기'를 제외하고는 여행과 음식 등 일상적인 소재에 관심을 뒀던 것이 사실이다. 시청자들의 일상과 밀접한 해당 소재들이 굳이 큰 웃음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잔잔한 감동과 따뜻한 힐링을 선사했다. 예능 속 출연진의 활약을 통한 간접 체험은 기존 예능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기분 좋은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예능 속에서 부여된 각 출연진의 역할은 캐릭터를 보는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하다.
그런 나영석 PD의 예능의 흐름에서 '알쓸신잡'은 다소 뜬금없으면서도 의외의 행보로 여겨지고 있다. 그는 이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유에 대해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게 예능인데 재미라는 게 웃음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눈이 즐겁다면 이번에는 뇌가 즐거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자 해서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알쓸신잡'에는 작가 유시민,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물리학자 정재승이 출연한다. 나영석 PD는 '알쓸신잡'은 결코 어렵지 않은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프로그램 수준이 너무 높아서 지식인들끼리의 유희로 비치지 않을까, 혹은 들어도 모르는 이야기를 봐야 하나 우려도 할 수 있지만 방송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것"이라고 말한 것.
통영을 돌며 이순신 장군이라는 영웅의 뒷 이야기와 난중일기에 대한 지식 등 모두가 궁금해 할 법한 것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기존 교양 예능 프로그램과는 다른 '알쓸신잡'만의 특별한 지점이기도 하다. 나영석 PD는 "촬영하며 지루했던 순간이 한 번도 없었다. 쉴새없는 이야기들 사이에서 다른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 보다 차원이 다르게 재미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알쓸신잡'이 네 출연진의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점으로 유익한 방송이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나영석 PD는 "지식과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은 많다. 반면 여기선 네분의 시너지가 분명히 있다.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커져 나가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요새 시청자들은 단순하지 않고, 쇼핑하듯 방송을 고른다. 그래서 방송국들도 단순하게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부터 정보와 지식을 담은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대한 지식과 정보를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있을지 우려된다는 반응에 나영석 PD는 "재미의 스펙트럼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시세끼'가 처음에 나왔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재미가 있을까'라고 하셨다. 저는 '삼시세끼'에서 느끼는 재미는 기존에 생각하던 웃음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웃음에도 여러가지 스펙트럼이 있다. 공감, 힐링 등 여러가지가 있다. 지식도 분명 재미의 축이 될 수 있다. 방송을 하면 할 수록 재미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다. 대중도 이런 프로그램을 원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