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유재석)의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인천 차이나타운과 서울 합정역 깜짝 버스킹을 시작으로 신인 유산슬의 행보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몰려드는 방송 및 행사 섭외 요청,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 진입 등 '괴물 신인'으로 기성 트로트 가수들에도 어려운, 이례적인 성공사를 썼다. 유산슬은 어떻게 인기까지 얻을 수 있었을까.
유산슬의 성공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TV조선 '미스트롯'을 통해 트로트가 부흥하면서 유산슬의 도전이 성공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합정역 5번 출구'와 '사랑의 재개발'이라는 유산슬의 더블 타이틀곡이 대중에게 쉽게 소구될 수 있는 중독성 강한 트로트곡이라는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히지만, 타사 라디오 프로그램과 KBS 1TV '아침마당'까지 방송사간 경계를 허물고 활동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던 인기 요인에는 '국민 MC'를 다르게 소비하고 싶어하는 대중들의 심리와도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유재석의 또 다른 자아 유산슬은 MBC '놀면 뭐하니?'의 '뽕포유' 특집에서 탄생했다. 우연히 드럼채를 잡는 순간 갑작스럽게 시작됐던 '유플래쉬' 특집처럼, 유재석은 김태호 PD의 "여기로 오라"는 지시에 따라 '박현우 작곡 사무실'을 찾으면서 트로트와의 인연을 맺게 됐다. 예고 없이 시작된 트로트 반주에 맞춰 '안동역에서'를 부르게 된 것이, 트로트 대선배들의 진지한 평가를 받고 유산슬이라는 예명을 얻은 후 데뷔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는 유재석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듯 매번 유재석의 도전은 어쩌면 프로그램을 주도할 수도 있는 '국민 MC'라는 지위, 그리고 그의 의지와 상관 없이 시작됐다. 김태호 PD에게 이끌려 프로젝트를 강행하고 도전과 마주해야 하는 상황은 그 자체로 '리얼'이면서도 시청자들에게는 생생한 드라마가 된다. 이 드라마에서 유재석은 유산슬이라는 자아로 캐릭터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국민MC' 타이틀로는 주어지지 않았을 미션들을 해내야 한다. 평소 음악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유재석이었지만, 음악을 즐기는 것을 넘어 트로트 신인가수로 본격적으로 데뷔하는 그림은 그에게도 다소 부담스러운 도전이었다.
유산슬의 도전은 녹록지 않다. 태진아 박상철 진성 김연자 등에게 노래 실력을 지적당하는가 하면, 유산슬로 '아침마당'에서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생애 첫 트로트 버스킹을 앞두고 긴장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원하지 않아도 지나치게 화려한 용무늬 의상을 입어야 한다. 어디서든 능숙한 진행을 보여주는 유재석이지만, 무대에선 대선배들의 지원사격이 필요한 후배 신인 가수로 시청자들에게 더 친근한 인상을 남긴다. 어느새 긴장이 풀리고 나면 트로트 무대의 매력에 빠지고, 관객들의 떼창에 진심으로 감격하는 유산슬의 모습도 보게 된다.
커리어에서 이미 정점을 찍은 '국민 MC'가 아닌, '신인가수' 유산슬로 보여주는 좌충우돌 데뷔기와 성장담은, 시청자들에겐 유재석의 성공담보다는 가깝게 느껴지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유플래쉬'에선 '지니어스 드러머'라는 캐릭터로 드럼 독주회를 위한 맹연습과 피나는 노력을 보여줬고, '뽕포유'에선 유산슬로 캐릭터 플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릴레이 카메라' 코너로 시작됐던 '놀면 뭐하니?'는 '유플래쉬'와 '뽕포유'를 통해 초반부터 김태호 PD가 지향했던 '관찰 예능'이 아닌 '캐릭터 버라이어티'로서의 방향을 점차 굳혀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놀면 뭐하니?' 측도 최근 방송과 유튜브, SNS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미디어 환경을 비롯해 유산슬의 성장기 등을 성공 및 인기 배경으로 꼽았다.
'놀면 뭐하니?' 관계자는 30일 뉴스1에 "'놀면 뭐하니?'의 '뽕포유'를 통해 유산슬이라는 트로트 신인가수가 탄생한 과정은 그 자체로 예능적이었고, 놀라울만치 최근의 미디어·방송 환경과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산슬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활동 내용은 방송과 유튜브, SNS를 통해 모두 공개됐는데, 진지하리만큼 진짜 트로트 가수들의 세계를 하나씩 클리어 해나가며 성장기를 써내려가 그 자체로 재미를 안겼다"며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 역시도 유산슬의 성장기에 동참하게 됐고, 유산슬의 활동과 관련해 소식을 직접 전하는 등 유산슬을 키워주는 소속사 직원과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고도 밝혔다.
'놀면 뭐하니?' 측은 트로트라는 장르도 인기 요인 중 하나로 분석했다.
관계자는 "트로트가 갖고 있는 대중 친화적인 특성이 한 몫을 한 것 같다"라며 "또한 대중에 너무나도 익숙한 국민 MC가 새로운 자아인 '유산슬'로 태어나 보여주는 트로트 신인가수로서의 모습, 이 모든 것을 뒤에서 조종하는 김태호 PD, 두 사람의 재능 뿐 아니라 그들의 역사와 관계까지 더해져 시청자들에게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