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후보들의 토론을 보니) 우리 사는 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거 같아요. 그래도 (머슴인 그들의) 몸에 문신이라도 박아야 누가 주인인지 알지 않을까요. 투표는 문신을 찍는 행위라고 봅니다."
방송인 김제동(43)이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린 자신의 에세이집 '그럴 때 있으시죠?'(나무의마음) 북 콘서트에서 이같이 말했다. 각 후보에 대해 실망했지만 그럼에도 정치적인 참여는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열린 북 콘서트는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와 책 '그럴 때 있으시죠?'의 20만부 돌파를 기념해 마련되었다. '그럴 때 있으시죠?'는 저자를 포함해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응당 느낄 희로애락을 저자 특유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유머와 자연스러운 문체로 풀어낸 수필집이다.
평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강연 등을 통해 정치적인 발언을 자주 해온 김제동은 이날 북 콘서트에서도 정치 비판과 행복에 대한 생각, 촛불 혁명을 끌어낸 보통사람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내보였다.
김제동은 우선 '무엇이 행복이고 진리인지'에 대해 "나뿐만 아니라 너도, 지금뿐만 아니라 나중도 행복한 것이 진짜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리가 뭔가 생각하면 좋은 거, 행복한 거"라면서 "근데 나만 행복하고 너는 행복하지 않은 것은 진리에 가깝지도 지속가능성이 있지도 않고, 너만 좋고 나는 싫은 것, 지금은 행복한데 나중에 괴로울 것 같거나 그 반대도 좀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제일 좋은 상태는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은 것이다. 지금이 좋아지면 보너스로 과거도 좋아진다"면서 "하지만 이 단순한 진리가 (최근 있었던) 대선후보 토론회만 봐도 실행이 안되는 듯하다"며 "5명 모두 불행해 보이고 코미디 '봉숭아학당'을 보는 거 같다"고 평했다.
"초등생 둘이 막 싸워요. 한 명은 '이것은 모독입니다' 그러고 다른 한명은 '내가 언제 그랬습니까' 그래요. 그럼 저쪽에서 갑자기 맹구가 '종북좌파입니다' 이럽니다. 나머지 한 명은 의사 선생님처럼 설명하고 또 당찬 여학생도 한 명 있어요. 선생님이 제일 힘든 재미있는 교실이죠. 그리고 북에는 텔레토비가 있어요.(웃음)"
김제동은 "이런 말은 정치혐오도 아니고 이 정도 풍자는 이뤄져야 민주주의 국가"라면서 "정치인들은 이 풍자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아쉬워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람들 월급은 그냥 통장에 '스치운다'" 이어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아무도 말하지 않아 슬프다. 그 사람의 재산이 아닌 내 재산, 그 사람 딸의 재산이 아닌 내 아이들이 1시간 일하면 얼마나 받는가가 중요한 거 아닌가"는 것이다.
"사람들 월급은 그냥 통장에 '스치운다'. 거의 윤동주 '서시' 아닌가. 회전문처럼 돈이 들어왔다가 그대로 나간다"면서 "이런 거(돈) 좀 들어오게 해달라는 얘기를 후보들이 해야 한다. 그런데 계속 '4차 혁명'만 얘기한다. 지금 3차에도 치여 죽겠는데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계속 얘기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꾸 그들이 우리를 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절대로 모른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지하철 안 타본 지 꽤 됐다. 우리 사는 건 (선거 후라도) 크게 달라지진 않을 거 같다"면서도 "그래도 몸에 문신이라도 박아야 누가 주인인지 알잖겠나. 투표는 문신을 찍는 행위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곱 난쟁이와 백설공주 이야기를 국민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비유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일곱 난쟁이가 얼마나 착해요. 자기 침대 연결해서 백설공주를 재우고 대접하면서 정치가를 키워내죠, 그런데 백설공주는 늘 다람쥐랑 놀고, 땅바닥에 뭐 그리고, 아프면 누워있고, 낯선 이를 들이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 낯선 이를 들이고, 세금으로 자꾸 뭐를 사고 해요, 그리고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의 뒤에 타고 가버려요. 일곱 난쟁이 중에는 반은 지지자였을 건데 아무 말도 없이요."
김제동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성이 없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나이든) 어른이고 해서 불쌍할 수 있는데 '좀 불쌍하다' 싶으면 담화문을 발표해 국민들 마음에 불을 질렀다. 담화문이 아니라 방화문이었다"면서 "양심이 있어야 한다. 자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에 처했고 아이들이 죽었는데"라고 했다.
이어 "(아이들을 구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다 한 것이다.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그런 마음조차 갖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 시대에는 비가 안 온다고 왕이 산발하고 바닥에 꿇어앉아 있었다. 그걸 보고 누가 위로받았나. 국민이다. 그런거 하라고 평소에 기름진 거 먹이고 좋은 차 태우고 대우해준 거 아닌가.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하지 않았다"라고도 말했다.
◇"공감하는 마음 있으면 리본 안 달고 팽목항 안 가도 괜찮아" 김제동은 청중 중 한 명이 "세월호 3주기이자 부활절인 16일에 아이들이 부활해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꿈을 꾼다"고 하자 "세월호를 기억하고 마음을 모아주는 것만으로도 잘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아홉 명은 돌아오지 않았다. 네 명은 아이들이고 아빠와 어린아이, 선생님 두 분, 어머니 한 분이다. 아빠, 엄마, 선생, 부자간 모든 인간관계가 다 있으니 사실은 우리 모두가 다 돌아오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팽목항이나 목포까지 가지 못했다고 해서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뭘 도울 수 있을까' 그 생각만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세월호 참사를 조금씩 지겨워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도 괜찮다. 그러다가 울컥울컥하며 공감해주는 그런 마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아이들과 우리를 다시 살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세월호 참사의 슬픔과 죄책감을 조금씩 극복하면서도 참사를 일으킨 시스템만은 엄정하게 단죄하자고도 했다. "노란 리본 안 달아도 괜찮아요. 기억하고 마음을 모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맙죠. 이 콘서트 하면서 저도 (속으로) '이렇게 웃어도 괜찮나' 생각을 했는데 괜찮아요. 웃으며 가야 오래가죠. 다만 시스템에는 꼭 책임을 물어야죠. 그것이 치유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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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그럴 때 있으시죠?' 북콘서트 장면(나무의마음 제공)©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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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그럴 때 있으시죠?' 북콘서트 장면(나무의마음 제공)©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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