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극본 조정선, 연출 김종창, 이하 '세젤예딸')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엄마와 딸의 서로에 대한 애증을 풀어낸 이야기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공감을 이끈 캐릭터는 첫째 강미선(유선 분). '일하는 엄마'인 그는 직장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하고 이로 인해 남편, 엄마, 시모와도 갈등을 일으키며 전국 워킹맘들의 동감을 얻었다.
실제 워킹맘인 배우 유선 역시 강미선을 연기하며 남다른 감정을 느꼈다고. 유선은 "미선이가 정말 나랑 비슷하다"며 "엄마의 조언을 잔소리로 느끼는 미선이의 마음이 이해돼서 '미선 반, 유선 반'의 마음으로 촬영을 한 적도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한 시청자들이 올려주는 댓글도 봤다며 "워킹맘 미선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했다는 분들의 댓글을 보고 연기할 때 힘을 얻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유선은 강미선을 연기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뿌듯한 고백을 건넸다.
유선은 배우로, 아내로, 또 엄마로 1인 3역을 하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이 모든 역할을 소화하기가 버겁진 않을까. 이에 그는 "처음엔 힘들었지만 균형을 잡아가려 노력했고, 이젠 스트레스 없이 일들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가정에서 주는 에너지가 있어 힘든 것도 버틸 수 있다며 행복하게 웃었다.
'열일'하는 배우로, 또 한 가정의 주인으로, 여러 역할을 거뜬하게 해내고 있는 유선을 얼마 전 뉴스1이 만났다.
-마지막 회에서 박선자의 장례 절차를 자세히 보여준 것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이 '과하다'는 지적을 했다.
▶그 과정을 보여준 게 새로운 시도라면 시도였다. 처음엔 조심스럽고 걱정이 돼서, 촬영을 할 때도 동생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우리들은 엄마를 예쁘게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에 공감했다. 감독님도 아름답게 찍고 싶다고 하셔서 모두 노력해 촬영했다. 방송을 진짜 잘 본 분들은 SNS에 댓글을 달아주셨더라. 500여 개 정도 달렸는데 '가슴이 아파서 오열을 했다', '이렇게 울면서 본 드라마는 처음', '여운이 남는다' 등의 말씀을 해주셨다. 나름대로는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에 대한 댓글들도 다 찾아보는지 궁금하다.
▶분별력 있게 보려고 한다. 개인 SNS로 피드백이 많이 오는데 그만큼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 힘이 됐다. 아무래도 미선이가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리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한 반응이 오더라. 특히 기억에 남는 게 미선이가 직장을 그만뒀을 때 '나도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전업주부가 됐는데, 미선이를 보고 그때 상황이 생각나서 오열했다'라는 댓글이다. 그렇게 공감해주는 분들이 내겐 큰 힘이 됐다.
-연말 시상식에서 상도 기대하나.
▶언젠가부터는 상을 생각하지 않게 되더라. 잘하는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데… 기대는 내려놨다. 시청률로 보답받았다고 생각한다. 어디를 가도 열광을 해주시니까.(웃음) 시청자들이 우리 이야기에 공감을 해줬다는 게 큰 선물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이 본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좋은 인연들을 만났다. 현장이 곧 행복이었고, 그런 현장을 이제 가지 못한다는 것에 아쉬움이 클 정도다. 분위기 자체가 가족적이었다. 김해숙 선배님과 깊게 교감했고, 함께 호흡한 동료 연기자들도 잊지 못한다. 스태프 분들 한 분 한 분도 너무 좋았다. 내 연기로 위로와 공감을 얻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힘이 됐다. 미선이를 연기하면서 행복했다.
-보통 여배우들은 결혼, 출산을 한 뒤 배역에 제한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본인의 경우는 어땠나.
▶내 경우엔 결혼이 배역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은 뒤에는 스스로 작품을 선택할 때 기준이 달라지더라. 최소한 아이에게 '엄마가 나온 거야'라고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하니까. 아이를 의식하다 보니 내 선택의 기준이 바뀌었다. (앞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언젠가부터 'OO엄마'라는 캐릭터를 많이 하는데, 그보다 가정이 있는 엄마라도 배역 안에서 주체적으로 힘을 발휘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 전문직이나 악역 등 더 에너지가 강하고 긴장감이 있는 캐릭터를 소화해봤으면 한다.
-배우, 아내, 엄마로 1인 3역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듯한데.
▶처음엔 힘들었다. 아이를 낳고 복귀했는데, 물리적으로 대본을 보는 시간이 적어지니까 불안하고, 촬영을 하고 에너지를 소진한 뒤에도 집에 남은 일이 있다는 게 버겁게 느껴지더라. 이후 균형을 잡아가려 노력했고, 이젠 스트레스 없이 일들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남편도 워킹맘인 나를 이해하고 서포트해주고…또 아이가 주는 기쁨과 에너지가 있어서 힘이 된다.(웃음)
-가정을 중시하는 듯 보인다.
▶가정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나는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아내이자 엄마다. 내 아이와 남편만큼은 가정에서 힘과 에너지를 얻고 힐링을 느끼게 하고 싶다. 가장 재미있는 곳, 빨리 들어가고 싶은 곳이 집이었으면 한다.
-드라마를 마친 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몇 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와서 에너지가 소진된 부분이 있다. 충전하고 싶다. 하지만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또 열정이 솟아오르겠지.(웃음)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이 생기면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