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종영한 TV조선 주말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극본 조현경, 연출 김정민, 이하 '대군')에는 두 왕자가 등장한다. 누구나 왕의 재목으로 꼽는 은성대군(이휘, 윤시윤 분)과 왕좌에 야망을 드러내는 진양대군(이강, 주상욱 분). 은성대군이 끊임없이 스스로 왕의 재목이 아님을 보여주려 했다면, 진양대군은 계속해서 왕위에 도전하는 야망 가득한 인물이었다. 두 남자의 치열한 대결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힘이었다.
'대군' 속 이강은 갈등을 조장하는 인물이었지만, 단순한 악인은 아니었다. 세자위는 형에게, 부모님의 사랑은 동생에게 우선으로 준 채 '만년 2인자'였던 그에겐 질투의 감정이 생겼고, 이는 분노로 변했다. 결국 이강은 왕위를 탐하기 이른다. 못된 짓을 하지만 이유가 있어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 악역 이강이 어느 정도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대본과 더불어 배우 주상욱의 힘이 컸다. 주상욱은 다양한 결의 연기로 이강을 평면적이지 않게 빚어냈다. 덕분에 이강은 분노와 짠함을 동시에 유발하며 극 마지막까지 여운을 남겼다.
주상욱 본인에게도 '대군'은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감정의 진폭이 큰 연기부터 액션신까지 다양한 연기를 마음껏 할 수 있었거니와, 시청자들에게도 '인생캐'라는 칭찬을 얻은 덕분. 더군다나 드라마 성적까지 좋아 작품을 하면서 정말 행복했다고.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대군'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라며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듬뿍 쏟아내던 주상욱을 최근 뉴스1이 만났다.
Q. 윤시윤이 '대군' 현장 분위기 메이커로 주상욱을 꼽더라.
"원래 성격이 그렇다. 그나마 이번에는 조금 덜 한 거다. 시윤이는 나와 스타일이 다르다. 난 '컷' 하면 바로 현실로 돌아와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는데, 시윤이는 연기 감정을 가지고 가는 스타일이다. 아마 시윤이가 우는 장면이 많아서 더 차분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더 눈에 띄었나.(웃음)"
Q. 현장에서 윤시윤과 호흡은 어땠나.
"편하고 즐겁게 촬영을 했다. 시윤이는 연기를 할 때 작은 것 하나에도 굉장히 진지한데, 그 진지함이 내게도 플러스가 됐다."
Q. 진세연과 연기하기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시윤이와 세연이 모두 연기 스타일이 순수하다. 그 순수함에서만 나올 수 있는 연기가 있는데 두 친구가 굉장히 비슷하다. 나랑은 완전히 다르다. 물론 내게도 순수함이 남아 있지만 나는 더 현실적인 듯하다.(웃음)"
Q. 현실적인 연기를 하는 건 오래 해왔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은 걸까.
"연기를 계속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현실적으로 가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은 든다. 물론 그렇게 연기하시는 분들도 있고 나에게도 그런 부분이 플러스가 됐지만, 한 편으로는 순수함을 잊은 것 같아 슬프기도 하다. 그래서 시윤이와 세연이의 연기가 보기 좋고 어느 정도는 부럽기도 했다."
Q. 윤시윤, 진세연과 나이 차이가 난다. 촬영하면서 세대 차이를 느끼진 않았나.
"세대차이라니, 너무한다.(웃음) 시윤이랑은 나이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없다. 솔직히 세연이랑 그렇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줄 몰랐다. 어느덧 내가 그렇게 됐더라. 우리 현장에 20대 중후반 배우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연기를 할 때는 다들 나이에 비해 성숙해서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물론 사적으로도 세대차이는 전혀 없었다.(웃음)"
Q. 함께 호흡을 맞춘 류효영은 신예다. 현장에서 이끌어준 부분이 있나.
"효영이는 내가 이끌어줬다기보다는 최대한 편하게 해주려고 했다. 나도 옛날을 생각해보면 현장에서 연기할 때 주변에서 오는 압박, 중압감을 떨치고 하는 게 필요하더라. 그래서 연기할 때는 진지하게 받아주고, '컷'하면 더 장난도 치고 했다. 편하게 해주려고 했는데 본인은 편했는지 모르겠다.(웃음) 우리 드라마에 효영이뿐만 아니라 신인 배우들이 많았다. 드라마가 끝날 때쯤 되니 이 친구들의 연기가 확 늘어있는 게 보여서 굉장히 뿌듯했다."
Q. 본인은 현장에서 후배인 게 편한가, 선배인 게 편한가.
"선배인 게 편하다. 원래 현장에서 내가 '형님', '선배님' 이랬는데 어느덧 후배들이 나를 '선배님'이라고 부르더라. 선배님이라고 불리는 게 슬프기도 하고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조금 더 할 수 있는 입장이라 편하다."
Q. '대군'이 본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작품을 하면서, 연기를 하면서 굉장히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이강이라는 인물을 또 만날 수 있을까 한다."
Q. 어느덧 데뷔한 지 20주년이 됐다. 돌아보면 어떤가.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른지.(웃음) 이번에 '대군'을 함께 했던 동생들을 보면서 '나는 왜 저 나이에 저렇게 열정을 갖고 하지 않았을까' 싶어 후회가 되기도 했다. 이미 지났으니 그런 생각을 할 필요는 없지만."
Q. 지난 20년 동안 출연한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뭔가.
"다른 작품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자이언트'가 아닐까. '자이언트'가 너무 재미있었고, 개인적으로도 팬이어서 제일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또 그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싶다. '대군'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강이라는 캐릭터가 쉽게 잊히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