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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2-06 13:25
[이상길의 영화읽기]어린왕자-어른이 된다는 것
어릴 땐 누구나 자기 미래가 반짝반짝 빛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자기 생각대로 되는 일 따윈 잘 없고 늘 괴롭고 한심하다.
해서 어른이 되면 누구나 한번쯤은 사막 같은 삶 한 가운데 불시착하기 마련이다. <어린왕자>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불시착한 조종사에게 어린왕자가 말한다. "별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가 있기 때문이예요.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도 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어쩌면 사람들이 찾는 건 한 송이의 장미가 아닐까요. 아니면 물 한 모금이던 가요"
하지만 사막에 불시착한 그들은 꽃과 우물, 별을 늘 잊고 살아간다. 어린왕자는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의 어린 시절이었다.
'어른'과 '아이'는 서로 다른 종족이다. 비록 지구라는 푸른 행성에 함께 발을 딛고 살아가지만 그들은 전혀 다른 생명체다.
어른에겐 수평의 세상이 전부지만 아이에겐 수직의 우주가 존재한다. 어른이 되면 밤하늘을 바라볼 일이 거의 없다.
하늘을 쳐다보기 위해 더 이상 들지 않는 고개는 좋은 집과 좋은 차에 고정돼 버린다.
하지만 아이는 밤하늘의 별을 헤며 소행성과 소행성 사이를 자유자재로 여행한다.
소행성 B612에는 어린왕자의 장미꽃이 있었다. 귀찮은 바오밥나무 사이에서 장미꽃은 어린왕자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순수하게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 그 마음을 잊는다는 게 어른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여행 도중 만난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해. 넌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는 거야."
소행성에 두고 온 그 장미꽃을 잊었을 때 아이는 어른이 된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소행성에 남은 장미꽃은 여전히 어린왕자를 기다린다.
사막에서 만난 뱀이 어린왕자에게 말한다.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야."
어른이 된 수많은 어린왕자들이 장미꽃을 잊고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건 눈물을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
그 눈물이 바로 장미꽃이고 우물이며 별이지만 훌쩍 커버린 욕망으로 인해 쉽게 잊혀 진다. 해서 조종사가 어린왕자에게 말한다.
"어른이 되는 건 문제가 아냐. 문제는 망각하는 거지."
맞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법. 껍데기만 거대해진 어른들은 행복도 껍데기만을 좇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사막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그래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 여전히 어린왕자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젠 어른이 된 수많은 어린왕자들이 바라보려 하지 않을 뿐.
사막처럼 매마른 세상에서도 삶은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다.
아니, 비록 지금 공장 굴뚝에서 청소를 하고 있더라도 한때 자신이 B612 소행성의 어린왕자였다는 걸 기억하기만 한다면 두고 온 그 장미꽃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오늘 밤엔 아주 오랜만에 밤하늘을 한번 바라보자.
동화처럼 어린왕자가 내려와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의 두 어깨를 다독거려 줄지도 모르니.
2015년 12월23일. 러닝타임 106분.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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