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생민의 10년 전 방송사 스태프 성추행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그동안 성실함과 근성으로 오랜 무명시절을 버티고 전성기를 맞은 김생민이 갖는 상징적 이미지에 반하는 추문이기에 더욱 더 파장은 크다. 그러나, 이 사태에서 방송국은 '뒷짐'만 지고 있어도 되는 걸까.
이날 한 매체는 김생민이 10년 전 한 방송사 스태프를 회식자리에서 성추행했으며, 최근 이에 대해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후 김생민은 소속사 SM C&C를 통해 "10년 전 회식 자리에서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뒤 "최근에야 피해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고 너무 늦은 것을 알지만 그분을 직접 만나 과거 부끄럽고 부족했던 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렸습니다"고 했다.
이어 "저의 부족한 행동으로 인해 상처 받으셨을 그분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무겁고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깊이 사과 드립니다. 모든 것이 다 제 잘못입니다"고 재차 사과했다.
김생민에 대한 믿음과 지지가 컸던 만큼 분노도 컸다. 김생민은 근성과 성실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인물이었고, 20여년의 무명시절에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걷다가 마침내 제1의 전성기를 맞게 된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줬다. 그만큼 김생민의 성추문은 그 어느 때보다도 파장이 큰 분위기다.
그러나 그 분노에 가려져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덮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생민에게 성추행을 당한 스태프의 인터뷰를 담은 보도에 따르면, 스태프는 10년 전 이 사태를 방송국 내부에 알렸으며 김생민의 사과와 퇴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로그램 제작진은 일을 키우지 않기 위해 당사자의 요구를 묵살했다. 어쩐 일인지 김생민의 사과는 들을 수 없었고 김생민은 여전히 일을 했지만, 스태프는 아니었다. '김생민과 같이 일하면 네가 더 불편하지 않겠냐'는 배려인지 강압인지 모를 애매모호한 '권유'로 결국, 해당 스태프가 일을 그만두게 됐다.
물론, 1차적으로 김생민의 죄는 분명하다. 그가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그러나 사후 방송국의 대처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다름없다.
누가 스태프의 요구를 묵살하고 이를 은폐하려 했는지 가려내야 할 일이다. 더불어 이러한 대처방식이 방송가에서 암암리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일이자 당연한 사고방식이면,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더욱 더 필요한 과정이다.
김생민 사태 하루,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입장을 내놓는 대신 여론의 흐름을 보는 모양새다. 관계자는 "확인 중이다. 이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이번에도 프로그램을 위해서라며, 방송가에서는 원래 그렇다며 또 다시 사건을 덮어서는 안 될 일이다. 제작진의 입장 발표, 더는 늦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