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꼭 흥행 성적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원라인'(양경모 감독)과 '보통사람'(김봉한 감독) 역시 그렇다. 두 영화 모두 명품 배우들의 열연과 감독들의 디테일 있는 연출이 매력인 작품이지만, 기대보다 좋지 않은 성적으로 아쉬움을 주고 있다.
현재 극장가 한국 영화 중 가장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작품은 '프리즌'(나현 감독)이다. 지난달 23일에 개봉해 3주차에 접어든 '프리즌'의 누적관객수는 227만 5,406명. '천만 대작'까지 갈 만큼 빠른 성적은 아니어도 '미녀와 야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히든 피겨스' 등 쏟아지는 외화들 사이 존재감을 드러낼만하다.
3월 말은 외화들이 연이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뒤이어 개봉할 한국 영화들에 위기감을 줬다. '로건'부터 시작해 '콩: 스컬 아일랜드', '미녀와 야수' 등 다채로운 장르와 캐릭터의 향연이 펼쳐쳤다. 그에 따라 3월 말 개봉할 '프리즌', '보통사람', '원라인' 등이 한국 영화 자존심을 세워줄 수 있는 작품으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그리고 4월. 박스오피스에서 그나마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한국 영화는 '프리즌'이다. 이 영화는 한석규와 김래원, 두 연기파 배우를 투톱으로 내세우고, '범죄 소굴 교도소'라는 참신한 소재를 무기로 관객몰이 중이다. 이미 '검사외전'을 통해 한 차례 교도소 배경 영화로 재미를 본 쇼박스는 또다시 '프리즌'을 통해 체면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함께 기대주로 떠올랐던 '원라인'과 '보통사람'은 외화들의 공세에 다소 밀려있는 모양새다. 현재 '원라인'은 박스오피스에서 '프리즌', '미녀와 야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의 다음 순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으며, '보통사람'은 '히든 피겨스', '라이프'를 거쳐 7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평은 호불호가 조금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좋은 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에는 이유가 있을 터. 가장 먼저 꼬집어 볼 수 있는 것은 '평범함'이다. 뮤지컬, 판타지, SF 등 이름 만으로 다양한 그림을 예상할 수 있는 할리우드표 장르 영화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오션스 일레븐', 국내에서는 '도둑들'로 할 얘기를 다 한 케이퍼 영화와 역시 우후죽순 쏟아지는 사회고발형 영화가 특별해 보이기는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
배우들의 티켓 파워도 고려해 볼 수 있는 요인이다. '원라인'과 '보통사람' 모두 어떤 역할이든 제몫을 하는 배우들이 주조연을 맡았지만, 같은 선상에서 놓고 봤을 때 상대적으로 관객들의 주목을 더 받게 되는 배우들이 있다. 이는 곧 티켓 파워와 연결되고 초반 영화의 흥행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프리즌' 한석규, 김래원은 다소 우위를 차지한다.
보통 좋은 영화들은 입소문을 타 느리지만 차근차근 뒷심을 발휘하기도 한다. 하지만 '원라인'과 '보통사람'에게서 이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대형 배급사의 든든한 지원 아래 개봉한 '원라인'은 영화의 가치 만큼, 혹은 그 이상의 홍보 활동이 동반 되고 있다. 이제 개봉 2주차라 더 지켜봐야겠지만, 혹평도 없는 만큼 찬사도 많지 않아 보이는 이 영화가 입소문을 타게 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대부분의 영화는 오랫동안 공을 들인 것에 비해 아주 잠깐 극장에 걸렸다 내려오는 운명을 공유한다. 쏟아지는 할리우드 영화의 틈바구니에서 성수기 뿐 아니라 비수기에도 우리 영화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