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김생민의 영수증'(이하 '영수증')이 종영을 앞두고 있다. '영수증' 은 연예계 대표 짠돌이 김생민이 영수증을 분석해 재무상담 및 소비전략 설계를 도와주는 프로그램. 지난해 5월 컨텐츠랩비보 팟캐스트 '송은이&김숙 비밀보장'의 한 코너로 시작해 인기를 얻은 '영수증'은 정식 팟캐스트, KBS 파일럿을 거쳐 11월 KBS 2TV에 정규 편성이 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후에도 꾸준히 사랑을 받은 '영수증'은 28일 10회로 막을 내리게 됐다.
경제 지식이 풍부한 김생민이 재테크 초보의 눈높이에서 상담을 해주는 '영수증'의 콘셉트는 제대로 먹혀들었다. 여기에 '돈은 안 쓰는 것이다', '노동 이즈 베리 임폴턴트' 등 성실한 김생민의 캐릭터가 더해진 콘텐츠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덕분에 '영수증'은 장수 예능 프로그램이자 경쟁작인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를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할 정도로 위력을 자랑했다.
'영수증'을 연출한 안상은 PD는 프로그램이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로 '공감의 힘'을 꼽았다. 전문적인 재테크에 대해 어렵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당장 종잣돈부터 마련해야 하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 게 통했다는 것. 안 PD는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서민들의 공감을 산 점이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영수증'이 인기를 얻는 과정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팟캐스트를 TV로 옮겨오면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해야 했고, 한정된 시즌에 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수많은 영수증을 분석해야 했다. 제작진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영수증'은 경제와 예능의 완벽한 컬래버레이션이라는 호평을 얻을 수 있었다. 예능계에 한 획을 그은 '영수증'의 종영을 앞두고 안 PD를 뉴스1이 만났다.
Q. '김생민의 영수증' 속 의뢰인의 면면이 다양했다. '덕질'에 돈을 쓰는 사람, 신용불량 위기에 놓인 사람, '쓰리잡'을 뛰는 의뢰인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했는데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
"10회 안에 캐릭터가 겹치지 않아야 하니까 각계각층을 대표할 이들을 섭외했다. 성별, 나이별로 계층을 다르게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또 반복되는 소비를 통해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선정 기준이었다. '덕질'을 하는 분이나 대출을 받는 분이 명확한 캐릭터가 있는 것처럼."
Q. 제작진의 영수증을 분석했어도 재밌었을 듯한데.
"우리는 약했다. 나도 다이어트에 소비를 하는데, 먹고 다이어트하고 또 먹고 다이어트하는 의뢰인이 있지 않았나. 더 센 사연이 있는 거다. 사실 이야기는 한 번 나왔는데 제작진의 소비 패턴은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었다."
Q. '김생민의 영수증'을 보고 오히려 소비 욕구를 느꼈다는 시청자들도 많다. 탄산수 제조기나 맥주 거품기 같은 경우는 김생민도 반한 듯한 표정을 지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제작진 중에도 '영수증'에 나온 물건을 산 분이 있다. 우리 종편 감독님은 박성광의 집에서 본 캔들워머를 실제로 사고, 리클라이너 소파를 본 후에는 검색을 하더라. 소비 조장은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니다. 김생민이 그 부분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방송 후 몇몇 물건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그런 걸 안타까워하더라."
Q. '김생민의 영수증'을 통해 미처 몰랐던 소비 형태나 라이프 스타일을 엿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런 것 역시 관전 포인트로 염두에 뒀나.
"그렇다.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건 언제나 재미있는 요소인데 '김생민의 영수증'을 통해 가능하다고 봤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정말 우리나라가 소비 중심의 사회라고 생각했다. 영수증에서 라이프 사이클이 보이니까 소비의 흐름을 알 수 있겠더라."
Q. 실제로 곁에서 지켜본 김생민의 씀씀이는 어떤가.
"정말 돈을 잘 안 쓴다. 그분은 언행일치를 실천하는 분이다."
Q. PPL을 하기도 하는데,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라 부담이 되진 않았나.
"우리 상황이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사실 PPL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그럼에도 프로그램의 성격을 고려해 몇 가지만 하게 됐다."
Q. '김생민의 영수증'이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는 무엇이라고 보나.
"'욜로'와 'N포세대'로 대변되는 세대에게 '성실하게 살면 잘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 같다."
Q. '김생민의 영수증'이 예능계에 남긴 의미가 있을까.
"개인적으로 토크쇼를 좋아하는데 '토크쇼는 끝났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정말 토크쇼의 시대는 끝났나. 나는 못해보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속상했는데, 그러던 중에 '영수증'을 통해 토크 형태의 예능을 할 수 있었다. '토크쇼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 듯하다. 물론 김생민처럼 독특한 캐릭터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