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이 지난 8일 일본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하는 등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일본 현지에서는 영화의 흥행과 상관없는 이슈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 영화를 두고 침묵하는 것에 대한 정치권의 갑론을박이다.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가족이 우연히 길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지난달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일본에서 개봉한 '어느 가족'의 첫 주 스코어는 61만 3582명(334 스크린)이다. '데드풀 2'를 2위로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첫 주 스코어 46만 9944명(309 스크린)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이다.
일본 언론은 '어느 가족'의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연일 관련 뉴스를 쏟아냈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 중 최고 흥행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이 '어느 가족'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은 일본 작품으로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 이후 21년 만의 쾌거라 폭발적인 반응을 낳았다.
하지만 이런 쾌거에도 아베 신조 총리가 별다른 언급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자 일본의 정치권에서도 '어느 가족'이 화두에 올랐다.
아베 총리는 국제적인 문화·스포츠 이벤트에서 자국인의 수상에 대해 직접 언급하며 축하를 해왔다. 최근에도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자 피겨스케이팅 하뉴 유즈루,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고다이라 나오가 금메달을 땄을 때 자신의 SNS에 축하 메시지와 직접 통화를 했다. '어느 가족'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대한 침묵과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아베 총리의 이 같은 침묵은 대해서는 평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일본의 정치, 문화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야당에서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지난 6일 일본 현지 기자회견에서 "최근 일본 영화가 정치 사회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고 해외에서 지적받고 있다. 흥행을 고려하다 보니 대형 배급사조차 정치적 주제를 풀어내는 데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소신 있는 발언한 바 있다. 이에 우익 성향의 한 방송인은 SNS에 아베 총리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축하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국가의 품격"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