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 하루 전 열리는 독립영화 시상식 배리 젠킨스 '문라이트', 오스카도 석권할지 '관심'
제89회 아카데미상(Oscar) 시상식을 앞두고 통상 하루 전에 열리는 독립영화제 시상식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Independent Spirit Awards)에서 배리 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Moonlight)가 주요 부문 상을 석권하면서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더욱 관심이 몰리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2017 스피릿 어워드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이 모두 '문라이트'에 돌아갔다. 이를 포함, 시나리오상과 촬영상, 편집상, 그리고 로버트 앨트만상(Robert Altman Award) 등 '문라이트'는 6개 부문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이 영화는 이미 제51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과 제23회 미국배우조합상 등에서도 주요 부문 수상으로 주목받았다.
1500만달러로 제작된 '문라이트'는 배리 젠킨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마약 문화가 들끓지만 강렬한 햇빛과 바람 등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흑인 소년 샤이론이 청년으로 성장해 가는 내용을 그린 작품. 체구가 작아 '리틀', 검은 피부 때문에 '블랙'이라 불리며 마약중독자 어머니(나오미 해리스 분) 밑에서 외롭게 자라는 샤이론은 자신에게 부재한 아버지를 마약상 후안(마허샬라 알리 분)에게서 느끼며 자신의 성 정체성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1979년생인 배리 젠킨스 감독 역시 마이애미에서 태어난 흑인으로 일찍 아버지를 잃고 다른 부모에게서 자란 외로운 경험을 갖고 있다.
'문라이트'는 아카데미상에서도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등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드니 빌뇌브 감독의 '라라랜드'와 경합한다.
젠킨스 감독은 스피릿 어워드 감독상을 수상한 뒤 "영화를 만드는 것은 힘들었다. 이 부문에서 매우 훌륭한 감독들이 많다"고 말했고, 무대에서 내려온 이후엔 자신의 영화가 대통령 선거 이후 양분된 미국 사회에 대해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도 밝혔다.
스피릿 어워드에선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시'의 케이시 애플렉이 남우주연상을, '엘르'의 이자벨 위페르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두 사람 역시 아카데미상 각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시'의 경우 5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남우주연상만 수상했다. 남우조연상과 여우조연상은 '헬 오어 하이 워터'의 벤 포스터, '아더 피플'의 몰리 섀넌이 받았다.
AFP통신은 "수년 전부터 스피릿 어워드가 오스카상 수상의 믿음직한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면서 지난 다섯 차례 스피릿 어워드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 가운데 네 작품이 오스카에서도 수상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