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스타) 강희정 기자 = '구르미 그린 달빛' 진영이 결국 죽었다. 문제는 그 죽음의 개연성과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여주인공의 침착함이었다.
지난 18일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연출 김성윤 백상훈) 마지막회에서는 김윤성(진영 분)이 홍라온(김유정 분)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두는 장면이 그려졌다.
윤성은 할아버지 김헌(천호진 분)이 궁에 입궐한 라온을 잡아들이려 하자 자신이 직접 잡아오겠노라고 나섰다. 이는 라온을 지키기 위한 윤성의 계획이었다. 자객들을 끌고 라온을 찾은 윤성은 라온에게 칼을 겨누는 듯 하더니 이내 자객들과 맞섰다. 결국 그는 자객들의 칼에 맞고 쓰러졌다.
윤성의 죽음은 애매했다. 물론 라온을 짝사랑하고 있지만 과연 그 사랑의 크기가 죽음과 맞바꿀 만큼이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주요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죽은 청년이었다. 김병연(곽동연 분)은 죽다가도 살아났고, 조하연(채수빈 분)은 세자빈 자리에서 물러났는데도 심지어 책빈 자체가 없던 일이 되며 새 삶을 찾았다. 왕세자 이영(박보검 분)과 라온의 해피엔딩은 말할 것도 없다.
죽을 수야 있다. 하지만 그게 왜 윤성이어야 했는지 개연성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라온에 대한 윤성의 짝사랑이 정말 그만큼이었던가. 순애보로 라온을 지킨 거라면 그간 '구르미 그린 달빛' 측이 윤성의 서사에 할애한 공이 부족했다. 아니면 이영과 라온의 완전한 해피엔딩을 위해 사라지는 게 나은 캐릭터라고 판단했을까. 마지막회가 돼 허겁지겁 처리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올곧은 성품를 생각해 보면 이건 권선징악 코드도 아닌데, 괜히 할아버지와 여인 사이 홀로 수많은 내적 갈등을 겪다 엉뚱한 죽임을 당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제일 불쌍한 캐릭터가 됐다.
그런 윤성의 죽음을 더 헛헛하게 받아들이게 만든 건 라온의 반응이다. 라온은 죽어가는 윤성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렸지만 그 슬픔은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라온은 윤성이 자신 때문에 칼에 찔려 피를 철철 흘리는 걸 직접 봤다. 그간의 서사와 더불어 형언할 수 없는 미안함, 두려움이 모두 겹친 감정이 밀려왔어야 하지 않나.
하지만 자기 대신 칼에 찔려 숨이 멎어가는 남자에게 "괜찮으십니까?"라니. 괜찮을 리가 있나. 오열하는 것도 울부짖는 것도 아니고 라온은 심지어 꽤 담담해 보이기까지 했다. 굳이 윤성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 저 대신 죽었다 해도 저 정도는 가슴 아파하겠다 싶은 정도였다.
그러고 보면 라온은 전에도 수차례 주변인을 위험에 빠뜨린 것도 모자라 그에 대해 제대로 미안함을 느끼지도, 표현하지도 않았다. 극본 탓일까, 연기 탓일까. 뻣뻣한 여주인공은 서브남의 최후까지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